프롤로그_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by 뭇별

도시형 불멍


퇴근길, 한강 다리 위를 가득 메운 수많은 자동차 불빛을 멍하니 볼 때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묘하게 빠져듭니다.

'비슷한 모양의 불빛들'이 '일정한 속도'로 흐르며 만들어 낸 장관을 보고 있자면

세상은 평온하고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는 것 같기도,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각각의 차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 예쁜 불빛 하나하나에는

저마다의 각기 다른 특별한 사건과 무게를 실은 채

핸들을 꽉 쥐고 치열하게 버티는 한 사람이 앉아있을 겁니다.

이는 우리네 삶과 닮아 보입니다.
우리의 삶은 멀리서 보면 평온하고 평범한 속도로 흐르는 듯하지만
한사람 한사람 들여다보면 매일 각자의 전쟁을 치르는 중일 테니까요.

다행히도 대부분의 날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로 지납니다.
그럴 땐 '내 삶은 당연히 이 속도로 유지될 것'이라는 근거 있는 믿음 속 평온함에 기대곤 합니다.


'덜커덩'


하지만 인생에는 그 믿음이 커다란 울음을 울며 멈추는 날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당연해서 든든했던 발밑의 바닥이 씽크홀이 되어
감당하기 벅찬 고통이 일상을 잠식해가고
그 앞에서 무너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날.

그런 날일수록 유난히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만 돌고

사람들은 더 활기차게 웃는데

나만 그 리듬에서 쫓겨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아침에 이방인이 된 기분.


생각만 하면 눈물이 먼저 나고
세상도, 신도, 삶도. 그냥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기어이 묻게 됩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내가 잘못 살았나?', '내가 죄를 많이 지었나?, '내가 모르는 잘못이 있나?'
인과응보, 권선징악.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어린 시절 전래동화부터 교과서까지 신물이 나게 등장한,

그 해묵은 교훈을 바탕으로 과거를 짚어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긴 시간 고민해 봐도 언제나 그렇듯
삶은 명쾌하게 답을 주진 않을 겁니다.

확실한 것은 당신이 잘못 살았기에 찾아온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마음껏 울어도, 충분히 아파해도 좋습니다.

충분히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로 돌아갈 준비를 마칠테고
그 또한 분명히 당신을 지탱할 힘이 될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순간엔 주변인의 "괜찮아", "잘될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는

공허한 위로로 들릴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이 눈물이 조금 잦아든 후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에서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틀어봤으면 합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제가 찾은 답은 가장 작은 곳에 있었습니다.


이 밥을 김에 싸먹으면 더 맛있을까를 생각해보고,
즐겨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향을 괜히 음미하려고도 해보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보거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말에 잠시 기대는 것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어보는 것.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도 작은 일상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적어도 제가 본 바로는 이 질문 앞에서
하루 이틀 만에 완전히 괜찮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작은 일상을 잘~ 보낸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는
우리 계절에 끝을 알리는 마침표가 아니라

'잠깐 숨을 고르며 쉬어가라'는 쉼표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시간이 걸릴 뿐, 다 괜찮아집니다.

다만 그 괜찮아짐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만이라도 당신이 더 빨리 괜찮아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에피소드는 그 '작고 평범한 하루들과 순간'의 장면들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날
쉼표 뒤에 이어질 당신의 삶이 보다 더 단단해져 있기를,

당신의 삶이 그렇게 다시 흘러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 나름의 목차를 구성 후 연재를 계획했으나

브런치 특성상 제가 구성한 목차 순으로 가기엔 적합하지 않아보입니다..

목차와 상관없이 한편한편의 에피소드를 나열한 뒤 모든 에피소드가 나열되면

목차를 구성하여 브런치북으로 옮길 예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