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기 출장지.
이곳의 숙소와 목욕탕은 도보로 약 20분만큼 떨어져 있다.
목욕탕은 차로 가면 금방이기도, 주차장이 널찍하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걷는 쪽을 택한다. 굳이.
곧 터지기로 예정된 벚꽃이 다칠까 싶은지
조심스러운 보슬비가 내리는 퇴근길.
아내와 전화를 하던 중 아내가 슬쩍 묻는다.
"오늘은 뭐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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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이 일곱 글자 안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오늘도 호수공원 갈 건 아니지?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오늘도 목욕탕에 갈 건 아니지?
비 오는데 밥은 뭘 먹을 거야?
이 아내어를 모른 체하며 답한다.
"오늘은 순댓국 먹고 목욕탕 갔다가 글 쓸래."
>> “비 오는데?"
"응 그러니까 뜨끈한 순댓국 먹을래"
>> "아니 깨끗이 씻고 나와서 다시 비 맞으면 찝찝할 텐데?"
"나 씻으러 가는 거 아닌데?"
ㅋㅋㅋㅋㅋ
어쩌겠는가.
내게 목욕탕은 마음을 정돈하는 장소인 것을.
오늘도 어김없이 루틴의 마지막,
냉탕 코스를 목전에 둔다.
냉탕은 근처만 가도 서늘한 기운이 가득하니 매번 긴장된다.
흐드드드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작은 바가지를 들고 발끝부터 슬슬 물을 끼얹는다.
흐드드드드드
한 계단, 한 계단.
냉탕 안으로 발을 들이면 물은 종아리를 지나 허리춤까지 빠르게 차오른다.
여기가 고비다. 한 계단만 더 내려가면 수위는 명치까지 올라온다.
차가움에 몸이 굳고 호흡이 짧아진다.
'아 오늘은 더 차가운 것 같은데 그냥 나갈까?'
바뀌지 않는 레파토리.
아직 잠기지 않은 상체는 공포값 계산을 마쳤는지 닭살로 응답한다. 도망치라고.
아시 모르겠다.
숨을 크게 들이켜고 머리까지 푹 담가버린다.
소란스럽던 세상이 닫히고 정적이 찾아온다.
피부를 날카롭게 찔러대는 송곳 같던 냉수는
찰나의 저항을 끝으로 이내 시원하게,
심지어 미지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물의 온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나의 불안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