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핸드 빌딩 원데이 클래스
장르를 안 가리고 다양한 도전을 즐기는 편이었다. 패러 글라이딩, 등산 같은 아웃도어 활동부터 퍼스널 컬러 진단이나 심리검사 같은 인도어 활동까지. 그런데 어느 순간 '아는 것만 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했다. 직접 만든 작품은 크리스마스 카드조차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의 손재주를 가지고 있으니, 손을 쓰는 일에는 더 야박했다.
그래서 해본 적 없던 것들을 하나씩 배워보기로 했다. 바로 원데이 클래스 어플을 설치하고 장르 구분 없이 하나씩 도전하기를 다짐했다. 정규 수업으로 듣는 게 아니니 배운다고 하기는 살짝 애매하지만, 체험하고 도전하는 것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경험해 보고 마음에 꼭 드는 걸 발견하면 정규 수업으로 들어보겠다는 마음도 있었고.
그리하여 포문을 여는 첫 수업은 도예, 도자기 핸드 빌딩이었다.
도자기 수업을 선택한 작년 여름은 전적으로 마음 정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한다고 운동도 식단도 살뜰히 챙겼으니 아마도 몸은 건강했다. 하지만 회사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잔뜩 찌그러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여볼 수 있을까 싶어 도자기 수업을 골랐다.
물레가 아닌 핸드 빌딩을 선택한 것도 온전히 정적인 분위기에 놓이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 '물레'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는 어딘가 다이나믹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우선 깔끔하고 쾌적한 공방 분위기에 이미 기분이 한껏 산뜻해졌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흙 아니면 나무라서 온통 편안한 우드톤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두 가지 방법으로 핸드 빌딩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한 가지는 널찍한 흙 판을 반원 모양 틀에 눌러 보울을 만드는 것이었다. 차갑고 촉촉한 도자기를 두드려 모양을 만들고 원하는 대로 그릇을 꾸몄다. 그릇을 바라볼 때 작은 웃음 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그릇에 귀를 달아줬다. 그릇 바닥에 이름도 새겨 넣었다. 온전히 내 손끝에서 탄생하는 작품을 바라보는 뿌듯함이란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다른 한 가지는 은 널찍한 흙을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밑판을 만들고, 길게 밀어 원통 모양으로 생긴 흙을 쌓아 접시의 벽을 만드는 방법이다. 원통 모양 흙을 올린 뒤에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조각칼로 콕콕 눌러 흙을 이어주고 물을 살짝 묻혀 다듬어야 한다.
접시를 만들 때는 비교적 낮게 벽을 쌓아 올리지만, 컵을 만들 때는 더 높이 쌓아 올려야 한다. 한층씩 흙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온전히 그릇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가치 없는 걱정이나 쓸모없는 생각은 하나씩 지워졌다. 머릿속에는 흙을 잘 다독여서 예쁜 접시를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러다 보니 마음은 절로 여유로워졌다. 내내 나를 따라오고 차지하던 오만가지 잡념들은 에어컨 바람에 가뿐히 쓸려 날아간 것처럼.
그렇게 샐러드 보울과 접시 한 개를 완성했다. 다 만들어 놓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컸다. 자타공인 '똥손'이기에 별다른 기대 없이 시작했으나, 결과물은 정말 어디 내놔도 안 밀리겠다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다른 공예 수업을 들어도 썩 괜찮은 작품을 내지 않을까, 못할 것 같다는 걱정 대신 일단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런 생각도.
그렇게 만든 흙덩이는 가마로 구워지러 갔고, 두 달을 기다려서야 완성된 도자기를 받았다. 붙이려고 물을 너무 많이 문지른 탓인지 접시는 굽는 도중에 깨졌다고 했다. 예쁘게 다듬는 데 치중하느라 물이 과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여기서 한번 더 깨닫는 과유불급의 지혜. 접시가 온전히 품에 돌아오지 못한 건 슬프지만, 샐러드 보울 하나는 완벽히 마음에 들었으니 기쁨이 좀 더 크다.
직접 만든 도자기는 시판 제품보다 묵직하고 부피가 커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지 않다. 하지만 내 손끝에서 탄생한 식기 하나를 마주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 그거면 꽤 괜찮은 마무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