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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Nov 01. 2021

지난날의 '안녕'을 되짚는 시간

2021년 미리 정리하고 돌아보기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한 2021년, 계획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파워 *J형'인 나는 꽤 정밀한 계획으로 2021년을 야심 차게 시작했다. 연간 목표, 월별 계획, 오늘의 할 일... 지겹게 계획한 것 치고 제대로 100% 달성한 목표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하나도 이루지 못한 건 아니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냈으니.

* MBTI 유형  끝자리에 해당하는 알파벳. P J 나뉘며, 모든  철저히 계획하는 성향을 J형으로 본다.


 더불어 나는 속된 말로 '정각충'이다.

정각충 설명을 위한 네컷만화 (직접 그림)


 '정각에 시작해야지'를 반복하다가 결국 차일피일 미루고 마는 인간 부류란 말이다. 나 같은 정각충이라면, 어차피 반 넘게 지난 2021년은 포기하고 2022년에 모든 걸 건다! 의 태도로 일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이라도 변해보기로 했기에, 언제부터... 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하기로 한다.



글쓰기에 게을러도 나를 기억해 주는 건, 브런치뿐이다.


 그러기 위해 일단은 정리가 필요했고ㅡ시험기간에 책상 정리를 주야장천 하던 학생은, 자라서 정리로 모든 일의 전초전을 치르는 어른이 되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이룬 것들을 상당히 오랜만에 펼친 브런치에 남겨보려고 한다.





1. 다이어트


 2021 1, 야심 차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의지박약에게 다이어트란 2N 년  꾸준히 작심 3분이었다. 이제 직장인이니까 의지도  주고 사겠다며 다이어트에 비용을 투자했다. 시국이 시국이고, 회사도 시국에 상당히 예민했던지라 실내 체육시설에 등록하는  마음을 접었다. 대신 온라인 PT 서비스를 등록했다. 처음 3개월을 '이게 될까?' 하는 의심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효과에 3개월을  등록해  6개월을 진행했다.


애플워치 산 뒤로 꾸준히 기록한 운동, 뿌듯하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매일 꾸준히 30분 이상의 홈트레이닝 하기, 적어도 하루 한 끼는 클린하게 먹기, 건강한 간식으로 대체하기. 단순히 체중을 기간으로 평균내면, 한 달에 1kg씩은 빠졌고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6개월이 지난 뒤에는 백신을 맞는다는 핑계로 한 달은 운동을 쉬었고, 스트레스 해소 목적이라며 내키는 대로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뺀 살은 쉽게 찌지 않았다. 좀 더 빼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일단은 유지하는 중. 원래도 '뚱뚱하게' 보이는 외모는 아니었고 다이나믹하게 살을 뺀 것도 아니었으나 ㅡ물론 주변에서 살 뺀 걸 다 알아보긴 했다ㅡ 작년 사진과 올해 사진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작년이 후덕해 보이더라.



2. 국내여행


 대단하다는 전염병보다 방랑병이  드셌다. 여행할  없는 삶은 코로나 블루  이상으로, 우울에 잠식될 지경이었다. 실제로 여행하지 않는 동안 눈에 띄게 무력해졌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처럼  해도 즐겁지 않았다. 여행을 대체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봤지만, 내게   틈은 여행 하나였다. 그건 나만 아는 삶의 버팀목이니 타인의 이해까지 강요하지 않는다.


제주도 한라산 남벽
제주도 월평포구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생각해 도망치듯 여행을 다녀온 뒤로 다시 일상을 견뎌내기 시작했다. 핑계고 변명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으니 부끄럽지는 않다.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 덕에 강원도는 골고루 돌아봤고, 전국 어딜 가든 만나줄 친구들이 있기에 국내 숨은 명소를 다양하게 돌아다녔다. 그리 잦은 여행은 아니었으나, 이 도피가 내겐 숨통이었다.




3. 독서


 올해 목표  하나는 독립출판이었다.  계획을 이루기엔 적어둔 원고가   장도 없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가겠지만. 출판 대신에 많이 읽었다. 이런 책을 써야지, 이런 문장은 쓰지 말아야지, 이런 배치나 구성은 별로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편향되긴 했으나 나름의 시장조사였다. 많이 쓰지는  했어도, 많이 읽었으니까 나름 괜찮은  아닐까-라고 합리화해본다.


많은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준 도서관 어플



4. (드문드문 ) 공부


 자기 계발에 영 소홀한 건 아니었다. 고장 난 장난감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나름 움직이긴 했으니 말이다. 들춰보기 싫은 책 대신 인터넷 강의를 선택해 공부했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그 재미가 유효기간이 짧아서 문제였지. 그래서 다짐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책 한 권 독파를 목적으로 책을 사서 공부하자고. 이렇게 새로운 교훈을 얻은 셈 친다.





 네 가지 성과,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면 그리 턱없이 부족하지만 만족스럽다. 직장에 잘 다녔고, 당연히 벌이가 안정적이었으며, 주변 지인들에게 큰 우환이 없었음에도 올해는 힘든 한 해였다. 늘 겪어왔던 회의감 속에서 방황했고, 난생처음 겪는 이별도 있었다. 어쩌면 올해의 절반 정도는 마음 한 구석에 커다란 먹구름을 데리고 살았다. 그러니 그 속에서 이뤄낸 일들에 제법 자랑스러워도 되는 거 아닐까.


 남은 두 달은 2022년을 꾸리기 위한 베타 테스트 기간으로 정했다. 이미 몇 가지는 진행 중이다. 제목에 꽂혀서 읽은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김유진 )'에서 또 감명받아서 이른 취침-새벽 기상 루틴에 도전하고, 미루기만 했던 아이패드 그림일기를 몇 개 끄적여 보기도 한다.


 이름하야 '갓생'을 위해, 그저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아니다, 이런 거창한 것 말고. 아주 소중한 나를 조금 더 아껴주기 위해 나는 내 시간을 계획한다. 지난 2021년의 추억은 안녕한지, 다가올 2022년을 맞이할 설렘은 다시 채워졌는지 한 번쯤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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