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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Dec 16. 2020

아이폰 어디까지 줄래?

뜬금없이 감동 준 아이폰 For you

 아이폰 12 pro가 출시되던 날, 발을 동동 구르면서 몇십 분 만에 겨우 자급제로 스마트폰 구매하기에 성공했다. 나름 IT업계 종사자이지만 그저 애플의 카메라에만 감탄할 뿐이었다. 이런 감성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거냐면서. 그렇게 사용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지금 별 거 아닌 아이폰 '사진 위젯' 기능에 감동했다.


 요즘은 테마를 정하고 위젯, 단축어를 활용해 아이폰 화면을 정리하고 꾸미는 게 유행인 듯하다. 하지만 그런 걸 하나하나 찾아보고 익히면서 스마트폰을 아기자기 꾸미기에는 의지가 따라주지를 않았다. 그렇게 몇 주를 방치하다가 간혹 실수로 넘기면 보이는, 삭제도 못하는 위젯 화면이 영 거슬려 내가 보고 싶은 것들로만 채우기로 했다.

 매일 아침에 보는 날씨 위젯, 배터리 잔량 확인 위젯, 캘린더 위젯, 매일 기분을 기록하는 어플 위젯 등으로 페이지를 채웠다. 그리고 인테리어로 액자를 배치하는 느낌으로 사진 위젯을 추가했다. 사진 위젯은 아이폰 사진 갤러리 고유의 기능인 For you에서 보여주는 사진 중 한 장을 랜덤 하게 골라 보여준다. 이 위젯에 처음부터 감동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자주 보는 위젯도 아니었고.


 퇴근길, 기분을 기록하기 위한 어플을 실행하려고 위젯 페이지로 넘어갔는데 사진 위젯이 띄운 사진에 한참을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봤다.


손그림으로 따라 그려본 위젯 화면

  

 가장 크게 배치한 사진 위젯에는 언제 찍었는지 기억이 흐릿한 엄마 사진이 있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볼 수 있는 엄마 얼굴이지만, 괜스레 기분이 묘했다.


 이전에 엄마랑 같이 집으로 가는 길에 꽃이 너무 예쁘다며 한 장 찍어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찍은 사진이었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누구 하나 관심을 주는 장소도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걷던 길 위 어딘가. 그저 어느 아파트의 조경용으로 심었을 꽃이 예쁘다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달라던 엄마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외에는 언제였는지, 어딜 다녀오는 길이었는지 같은 것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 번 뭔지 모를 감정을 느낌 뒤로는 힘들 때마다 사진 위젯을 넘겨본다. 사진 속의 나는, 내 친구들, 가족들 또는 내 연인은 언제나 밝게 웃는 모습이라서. 그리고 그 사진 속 순간은 행복하기만 했어서. 그 추억을 먹고 또다시 힘을 낸다.


 SNS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학생 때 다녀온 여행의 추억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는 누군가의 글. 그 누군가만큼 오랜 인생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본 바로는 삶은 기쁜 날보다 지루하고 지치는 날이 확실히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된 오늘을 버텨내는 힘에는 어제와 내일이 있지 않을까. 어제의 추억에서 쉬지 않고 우러나는 행복한 기억,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며 행복해할 내일에 대한 기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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