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틈 새로 비치는 노을
노을빛이 번지는 일몰을 만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항상 같은 행동을 한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기억을 더듬거려 보면 무의식적으로 늘 반복하는 행동이었다.
일명 '노을 반지'는 손가락 사이에 해를 넣어, 손가락 사이사이로 번지는 빛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손가락 너머로 퍼지는 빛은 황홀한 기분을 안겼다. 마치 태양을 손에 쥔 것 같은 기분과 영롱하게 반짝이는 빛이, 지쳤던 마음 구석구석에 따스함을 퍼뜨렸다. 눈이 부시고 잔상이 남아 딱히 눈에 좋은 습관은 아닐 테지만, 노을빛을 손에 쥘 때마다 차오르는 벅찬 온기 탓에 노을을 마주칠 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 손안에 감긴 노을빛은 내 편 하나 없는 것 같은 지친 날에는 세상을 전부 안겨주듯 위로를 건넸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뿌듯하고 알찬 하루를 보낸 날에는 오늘의 너도 충분히 빛났다며 웃어주었다. 매일 느끼는 감정은 달랐지만, 그 어떤 보석에도 비할 수 없는 것을 내 손에 가득 담았다는 두근거림은 같았다.
하나, 둘, 더 어른이 되어가며 어깨를 기댈 품이 희미해진다. 하루마다 고스란히 남겨지는 상처는 위로를 구하기엔 너무 작아 보이고, 사소한 기쁨은 선뜻 나누기엔 이기적인 자랑 같을까 머뭇거리게 된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이런 것들을, 내 손에 가득 찬 노을에 담고 기억에 남기곤 한다.
오늘 하루가 고되었을 그대에게도, 그리고 하루 끝이 쓸쓸한 그대에게도, 그 곁에는 달빛도 별빛도 노을빛도 머무르기에 그대의 하루도 빛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