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카페를 발견하며 생각한 이야기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 곳곳에 아담한 화분이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다. 원목 테이블과 디자인이 예쁜 의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지만 소박한 가게.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커다란 황칠나무 화분이다. 마침 집에서 작은 사이즈의 황칠나무를 정성껏 키우고 있던 터라 더욱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문가에 놓인 화분은 햇빛에 따라 기다란 그림자를 뽐내며 흔들흔들 기분 좋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에 1차로 반하고, 보드라운 리코타 치즈 샌드위치 맛에 2차로 반하고, 앳된 얼굴의 예쁜 미소를 가진 사장님의 친절에 3차로 반한 곳. 집에서 멀기 때문에 오기 전까지는 늘 망설여지지만, 이 공간이 주는 행복감을 알기 때문일까. 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자전거를 타고 부지런히 달려 기어코 여기까지 오고야 만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는 기쁨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면 집 근처나 조금 먼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만의 아지트를 찾아본다. 좋아하는 공간을 발견하기까지의 조건은 여러모로 까다롭지만, 한번 마음을 내어 주면 오래도록 아끼는 곳이 된다. 무엇이든 길게 좋아하는 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카페를 신중히 선택하고, 그곳에 머물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은 일상에 쉽게 지치는 내게 꼭 필요한 일이다. 엄마라는 틀에서 벗어나 글을 쓰는 일은 가장 소중한 즐거움이 되었다. 카페 관찰자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글을 완성해가는 행복감도 함께 쌓여 간다. 낯선 곳을 부러 찾아가 그 공간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집중하며 쓰는 글쓰기는 좋은 자극이 된다. 몸을 움직인 만큼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나의 글쓰기 뮤즈는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긴장이 풀린 순간, 내 옆에 몰래 머물다 가는 게 아닐까.
사실, 일부러 이 먼 곳까지 온 데에는 올 때마다 사람이 없는 곳에 나 한 명의 온기라도 더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선 카페는 오전이라 아직은 서늘하고 쌀쌀했다. 따뜻한 라테가 담긴 머그컵을 잡고 손을 녹이며 글을 쓰다 보면 몸도 마음도 천천히 따뜻함을 되찾는다. 친절한 사장님은 나를 위해 최대한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다정함이 고마워 아침부터 이곳에 달려오길 잘했구나 싶었다. 말로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들은 더 큰 울림이 있다.
점심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하나 둘 매장으로 들어선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늘어난 사람들의 복작거림으로 매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들뜬다. 양복을 입은 나이 든 회사원은 책을 읽으며 간단히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는 모양이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아주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잔뜩 쇼핑한 옷가지를 옆에 두고 수다를 떠는 아가씨들도 눈에 들어온다. 부지런히 타닥타닥 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나까지 더해져 모든 것이 생기를 띠는 신비한 순간이다. 카페의 수많은 음료 메뉴 중 숨은 백미는 착즙주스인데, 설탕 없이 과일과 채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건강한 맛이다. 샌드위치와 조합이 너무 좋아 머릿속으로 맛을 상상하며 달려왔는데 오늘은 나도 허탕을 쳤다. 벌써 몇 명이나 주스를 주문했지만 줄줄이 실패 중이다. 나 말고도 이 주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흥미로운 눈으로 카운터를 쳐다보던 나와 난감해하는 사장님의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둘 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서늘하던 카페에 온기가 가득하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 가지고 온 책을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나와 같은 입맛과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겠지. 얼굴을 본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지만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친숙한 기분이다. 모두 각자 나름의 시간을 정성껏 보내는 모습이 정겹다.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는 사람들일까 막연히 상상해본다. 나이대도 다르고, 하는 일도 모두 다를 테지만 어떠한 취향 하나를 공유하는 기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오늘 하루,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이곳에서 같은 시간과 취향을 나눈 사이가 되었다.
가지고 온 책에 푹 빠져 고개를 파묻고 읽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흐른다. 그 사이 한 테이블의 사람들이 떠나고,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나갈 채비를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대각선 방향에 앉은 사람은 여전히 책 삼매경이고, 사장님은 정신없이 새로 들어온 배달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분주히 이어지는 각자의 시간들을 지켜보다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샌드위치 반쪽을 맛있게 먹고, 나머지 반은 포장을 부탁한다. 달게 읽은 책을 덮고 글을 쓰던 노트북도 닫는다. 오늘 나에게 남은 오후 시간은 좋아하는 공간에서 꽉 채운 마음을 안고 더 행복하게 보낼 작정이다. 카페에서 같은 취향과 시간을 나눈 다른 이들도 되도록 많이 웃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