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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 Oct 22. 2023

10. 당신은 시간이 생기면, 무얼 하시나요?

12시간 이상, 비행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만 가지 방법

당신은,

갑자기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무얼 하시나요?


만약, 그곳이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는 곳이라면?

핸드폰도 잘 되지 않는 곳이라면?


당신의 비행시간이 12시간이라면

무얼 하실 건가요?


지금은 기내 와이파이도 생겼다 하지만,

내가 배낭여행을 떠날 때는 핸드폰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다.


핸드폰이 전파가 잘 터지지 않는 비행기 안.

내 자리라고는 의자 하나.

움직일 수 있는 곳이라고는 기껏해야 화장실까지.

이 좁고 답답하지만 기분 좋은 기내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12시간이 갈까?


2023년 10월 기준. 인천공항에서 런던 히드로 공항까지 1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전에는 12시간 30분쯤,

12시간 좀 넘게 걸렸던 것 같은데.

가장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러시아 전쟁의 영향으로 14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다.



비행시간 12시간~14시간.

밤과 낮이 완벽히 뒤바뀔 수 있는 이 긴 시간은.


여행을 가는 설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실 참 답답한 시간이다.

어둡고, 답답하고, 좁고, 뭔가 공기까지 탁한 것 같다.


나는 비행기에서는

주로 기내 영화를 본다.

기내 영화 볼 것 없던데!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고전영화나 여행지에 대한 영화를 주로 기내에서 본다.

배낭여행 가는 길에도 그랬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등을 봤다.

사실, 집중해서 본 적은 없지만 몇몇 장면들은 알고 있는 고전영화들이 기내 영화에 꽤 있다.

사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고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그 스토리에.

요새 감성이나 가치관으로 안 맞는 부분들도 분명 존재하는 영화이지만

꼭 볼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었다.

여행 내내 "Moon River"를 흥얼거렸다.

나는 멀미가 심한 편이라, 심각하거나 잔인하거나. 혹은 화면이 어두운 영화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기내에서 영화 보는 것.

꽤 매력 넘치는 일이다.



나는 침대 위가 아니고선 잠이 잘 들지 않는다.

특히 이동수단에서는 잘 자지 않는다.

그래서 비행시간은 꼬박 눈을 뜨고 간다.

기내식도 먹고, 간식을 먹으며 영화도 보고, 컵라면도 먹고, 화장실을 핑계로 천천히 걸어 다니다 보면!

아직도 비행은 한참 남았다.

그럴 때 나는 책을 꺼낸다.


갑자기 쉬는 시간이 주어지거나, 휴가가 주어질 때, 대학교에서 갑작스러운 휴강처럼

내게 계획되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난! 이것!

라며 바로 답이 나오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요즘 많은 이들이 나에게 갑자기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 쉬는 법을 모르겠다고 한다.

대부분

핸드폰 하거나, TV를 보거나.

아마 이러면서 시간들을 많이 보내지 않을까?

만약 인터넷이나 전자장비가 되지 않은 곳이라면,

전자가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뭘 해야 할지 몰라한다.

가만히 있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몸은 회복하고, 마음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오프의 시간.

전자가 닿지 않은 꺼짐의 시간.

비행의 12시간처럼.

일상생활에도 오프의 12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동시간이 많을 때는 무겁지 않은 책을 한 권 들고 다닌다.

최대한 읽기 쉬운 것으로.

집중이 끊기니까 어렵지 않은 책으로.

들고 다녀야 하니까 조금은 얇은 책으로.


책이 없을 때는 나는 머릿속으로 많은 상상들을 한다.

책을 읽거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많은 상상들을 하고 있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그렇게 나는 가만히 있기를 참 잘한다.

 


배낭여행을 떠나며 짐을 많이 줄여야 해서 소설책 같은 책은 가져가지 못했다.

대신 여행정보가 적힌 여행책을 2권 가져갔다.

친구 한 권, 나 한 권.

이미 봤던 책이었고, 계획을 세우며 참고했던 책이라 집중해서 읽었던 책이었지만

그래도 다시 읽었다.

비행기에서 남는 시간 동안 책을 자세히 보며

가보지 않을 나라들 부분도 보고,

가보지 않을 도시들도 보며,

이곳저곳 여행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나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게 꺼진 오프의 시간.
당신은 무얼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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