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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한강 '소년이 온다' -1

내일의 내가 온다. -1

by 조현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44년 전, 1980년의 일이 아닌
현재, 2024년의 내일이 될 수 있는
소년이 아니, 우리가 온다.



사실 부끄럽게도 책을 사두고 읽지 않은 채 내버려 뒀었다. 이전의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 봤을 때 책의 완성도, 책의 대단함을 떠나 책이 편하지만은 않았기에.

조금은 불편한 느낌의 책이었기에.

즐겁고 신나는 내용은 아니었기에.

작가님의 또 다른 책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소년이 온다>를 꺼내 들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바쁜 일들이 겹쳐 느릿느릿 읽고 있었다.

한 3분의 1쯤 읽었을까.


그러다 그 일이 터졌다.

2024. 12.03 윤석열의 비상계엄.


나는 문득 <소년이 온다>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한숨에 다 읽었다.

지금 읽는 느낌은 매우 달랐다.

그 일이 터지기 전만 해도

이 책은 옛날옛적 역사서 이자,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전래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과거에 그랬대."

"예전에는 그랬나 봐."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

"그 시절은 그랬으니까."


하지만

계엄령 이후에는 이 책은 현실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 이자, 내 친구이고, 내 이웃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나는 '동호'일까 '정대'일까 '은숙'일까 '진수'일까 '선주'일까 '동호 어머니'일까

아니면 '나'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지나가던 사람'일까?


똑같은 책을 다시 읽더라도 내가 경험한 것들에 따라,

작년에 읽은 나와, 올해 읽은 나는 분명히 달라지기 때문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느낌도 달라진다.

하물며, 시대가 변하며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그렇게 책은 달라졌다.



군인들은 언제라도 총구를 국민에게 댈 수 있고,

경찰은 언제라도 우리를 감시할 수 있고,

새벽이라도 누군가 집에 들어와 집안을 샅샅이 조사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 부당한 일로 나를 끌고 가 뺨이 터지도록 때려도

나는 항거하지 못한다.


출판되는 모든 책은 검열되어

책의 문단문단 검은 칠 당하고 페이지째 잘려나가며,

배우들은 연극의 대사를 소리 내어 읊지 못한 채

중요한 내용을 뻐끔거린다.


이 일은
과연 <소년이 온다> 책 속의 내용일까.
44년 전 1980년의 이야기 일까.
아니면 계엄령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2024년. 내일의 이야기 일까.


나는 현시점에

모두가 <소년이 온다>를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세상사람 모두가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 책은 역사적 사실을 증언한 것도,

과거의 아픔을 어루만진 것도 아닌

내일의 우리 이야기임을.


그는 한 일은 그런 것임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노벨 문학상의 책을 원서로 읽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기쁩니다!
앞으로도 '불편하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 부탁드릴게요. 열심이 읽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면서 감사합니다.>




"<감상문> 한강 '소년이 온다'1"는

2024.12.03 계엄령이 있었기에 쓴 감상문입니다.

이어진 "<감상문> 한강 '소년이 온다'2"는 책을 읽은 느낌과 책의 내용으로 구성된

원래 제가 쓰는 방식의 감상문입니다. 1과 2를 함께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starrysky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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