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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Apr 28. 2018

유레카

때로는 모든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기도 하다

알랭 드 보통의 비슷비슷한 연애 책 중에 유독 인상 깊어 기억하는 구절이 있다. 


워딩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내용인즉슨 "어린 여자들이 나이 많은 남자들의 교양 같은 걸 그 사람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건 그 남자만의 특별함이 아니라 그 나이쯤 되면 대부분 갖추게 되는 기본적인 것들이니 착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나도 그다지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그 짧은 세월에도 깨달은 지점과 정확히 일치해서 기억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만 봐도 나름 취향을 갖춰 가고 자신의 취향을 위해서 돈 쓸 정도의 여유가 생기는 나이가 딱 30대 중반이라 일리 있는 말이다. 내가 어릴 때 멋있다고 생각했던 남자 어른-이라고 해봐야 지금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몇 살 많은 정도-들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이 멋있었던 게 아니라 내 또래에서 볼 수 없는, 당연히 그들도 내 나이 때 숱한 시행착오를 하고 그 나이쯤 먹어 갖게 된 것들 덕분에 멋져보인 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때는. 


여하튼, 이런 얘기를 친구들과 나눌 일이 있었다. "예전엔 정말 나이 많은 사람들이 멋졌는데 그 갭이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줄어든 것 같아. 그게 그냥 그 나이 즈음이면 갖게 되는 당연한 거란 걸 알게 되고 나도 취향이 확고해지니까 그런 게 아닐까" 했더니, 친구가 안 그래도 최근에 비슷한 얘기를 어머니한테 했다가 굉장한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게 아닌가.


친구가 "엄마, 나는 고등학생 땐 한 띠동갑쯤 차이나는 사람들이 멋있었는데, 대학교 가니까 한 7~8살 차이 나는 사람이 멋있고, 그러다가 사회생활하니까 4~5살 차이가 괜찮더니 이제는 또래나 연하도 괜찮을 것 같아" 했더니 친구의 어머니가 그 심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버리셨다고. 


일관되게 30대 초반을 좋아하는구나.



때로는 모든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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