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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May 29. 2017

핸들을 놓지 말아야 할 순간

어쩌면 내가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어릴 때, 아마도 두발자전거를 신나게 타기 시작했던 한 아홉 살 즈음 한강 내리막길에서 크게 넘어진 적이 있다.


두발자전거에 맛들리기 시작했던 때라, 슬슬 동네 오빠들처럼 손도 놓고 타보고 까불기 시작했던 그런 때였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에서 내려서 끌지 않아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던 무렵.


내리막길에서는 한 손이라도 덜 잡으면 안 된다는 건 몰랐다. 균형을 잘 잡고 있으니까,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 않으니까 한 손을 놓아도 괜찮겠지. 양손 다 놓는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고 손을 놨다.  


갑자기 핸들이 미친듯이 좌로 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놓아버린 한 손을 다시 핸들에 올려도 아홉 살 열 살 정도 된 내 악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고 자전거는 엿가락처럼 휘청거렸다.


내리막은 아직 좀 남았고, 조금이라도 덜 다치게 뛰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겁이 났다. 결국 내리막 끄트머리에 다 가서야 자전거를 버리고 옆으로 넘어졌고 자전거는 망가졌다. 딱 요맘 때라 반팔 반바지를 입었다가 다 까졌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낮은 경사에서도 양손으로 핸들을 꼭 잡는다. 물론 그때보다도 자전거를 훨씬 잘 타고, 지금은 두발 자전거를 타도 발이 땅에 닿을만큼 커버렸지만 내리막길에서 바람을 맞으며 기분이 좋아질 때마다 아찔하게도 그때 기억이 난다.


내가 자전거를 잘 타나보다, 생각했던 때 마주했던. 사고라면 사고였다. 문득 다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갈 잘 하나보다, 생각이 들 때가 핸들을 더더욱 놓지 말아야 할 순간인 것 같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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