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얼레터#126] 새로운 무엇이 재밌을지 궁리 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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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장품을 좀 샀습니다. 지금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열심히 소비하면서 시행착오한 탓에 이젠 제게 잘 맞는 것들을 잘 알게 됐어요. 그래서 고민 없이, 다른 비교 없이 쓰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샀고요. 이미 내게 잘 맞는 게 무엇인지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 아는데 굳이 '실패할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새로운 제품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요.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취향이나 내게 잘 맞는 것들을 잘 알게 되면서 더더욱 선택지가 좁아지는 건 아닐까, 어쩌면 확고해지는 취향 덕분에 나는 편하지만 좀 지루한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문득 옷장을 보니 옷장도 그렇더라고요. 제게 잘 어울리는 흰색, 파란색, 하늘색 옷이 종류 별로 가득한데, 최근에 새로 사서 아직 택도 안 뜯은 셔츠도 하늘색 스트라이프더군요.
그러다 지난 1월, 제가 홍콩에 세 번이나 방문하고서야 처음 가본 디즈니랜드가 생각났습니다. 놀이공원에도 한 15년 만에 가본 거였어요.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내야하기에 억지로 갔던 어린 시절 이후 심지어 자발적으로 간 건 처음이었는데요, 놀이공원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시간이 비는데 도저히 할 일이 없어서 충동적으로 디즈니랜드에 간 거였죠.
그런데 엄청 재밌더라고요. 내가 여태 알던 나는 놀이공원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인데, 혼자 놀아도 놀이공원이 이렇게 재밌다니 사실 좀 충격적이기도 헀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간의 짧은 경험으로 어느 정도 제 취향을 지레짐작하고 재미 없을 가능성을 최소화한, '지나치게' 효율적인 판단들을 해왔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론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선택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안 입던 스타일의 옷도 입어보고,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액티비티에도 도전해보고, 안 좋아하던 감독의 영화도 보고, 잘 안 듣던 장르의 음악도 듣고요. 혹시 아나요. 디즈니랜드에 처음 가본, 15년 만에 놀이공원에 갔던 지난 1월의 저처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지도요.
- 새로운 무엇이 재밌을지 궁리 중인 이승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