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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Oct 07. 2018

비엔나커피는 서울에서 마시는 게 더 맛있지만

[스얼레터#129] 비엔나에서 비행기를 실수로 놓치고 싶은 

제가 스얼 매니저로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는데요, 스얼레터를 구독하시거나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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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8 비엔나커피는 서울에서 마시는 게 더 맛있지만 


저는 지금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아파트에 있습니다. 비엔나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5시간 앞으로 다가왔네요. 저는 5월 24,25일 이곳에서 열린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무려 스얼에서 혼자! 이 먼 곳에 왔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는 매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을 선발해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와 함께 하는 두 달 간의 체류 및 유럽 시장 진출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블루프린트랩이 그 기회를 얻었고, 마피아컴퍼니가 저와 함께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을 관람했습니다. 

서울에 최적화된 인간인지라 늦게 문 열고 일찍 문 닫는, 소음도 없는 유럽은 제게 여행할 때마다 늘 지겨운 곳이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열심히 일만 하다가 돌아가겠다 싶었는데 웬 걸요. 비엔나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꽃 향기 나는 공기와 맑은 하늘, 뜨겁지만 습하지 않은 공기, 채도 높은 풍경, 안전한 거리, 라이더이자 러너로서 모든 사람들이 달리거나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환경 모든 것에 마음을 뺏겨버렸네요.

오스트리아는 스타트업에게 정말 흥미로운 시장이었습니다. 독일어와 영어를 쓰는 입지가 주는 많은 기회들, 비교적 저렴한 물가, 동유럽의 좋은 개발자들 등 모든 조건이 어우러져 스타트업 하기 좋은 환경이었어요. 특히 놀라웠던 건 이런 아름다운 환경에서만 나올 수 있는-한국에서는 보기 힘든-환경, 농업 분야의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이었고요. 

사실 처음엔 겁도 많이 났습니다. 현지에 컨택 포인트 한 명도 없이 관계자 몇 명과 메일만 주고받고선 비행기표와 법인카드만 들고 온 출장이었거든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너무 운 좋게도 첫날 공항에서부터 이곳의 우버 환경을 설명해주는 좋은 우버 기사를 만나질 않나, 23일 먼저 열린 전야 관계자 파티에서 이전 선전 출장 때 메일을 주고 받았던 HAX의 벤자민을 우연히 만난 덕분에 그와 이야기 나누던 마당발 테크 저널리스트를 알게 됐고요. 그 덕분에 이곳에서 스얼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생태계, 파이오니어스 준비 과정을 많이 들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건물이 최근에 오스트리아 대기업 몇 곳이 협력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만든 엑셀러레이터여서 이곳에서 또 관계자들을 만나질 않나, 이 우연들이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져 일주일 간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시장 연수를 제대로 한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혼자 왔기 때문에, 더욱 당연하게도 훨씬 많은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연한 만남이 너무나도 멋지게 반복되니, 점점 더 자신 있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요. 물론 여러 나라에서 온 모두가 '스타트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겠지요.

이제야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 알 것 같고 더 궁금해졌는데,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오스트리아 후기는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아참, 이 멋진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은 13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인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열리는데요. (파티도 왕궁 옆 정원에서 하고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언젠가 경복궁에서 스타트업 행사를 하고, 경회루에서 디제잉하면서 애프터파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을 온통 빼앗겨 할말이 너무 많아 더 쓰고 싶지만, 그러다간 정말 짐을 못 싸서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서울에서 봬요! 
 

- 비엔나에서 비행기를 실수로 놓치고 싶은 이승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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