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 - 3.8%
맛 - ★★★★☆
쓴 맛 - ★★☆☆☆
곡식 향 - ★★★★☆
ps - 안주 없이 흑맥의 향을 느껴보자.
오늘도 어김없었다. '나' 보단 '일'에 힘을 쏟았던 하루를 위로하고자 퇴근길에 맥주를 한 캔 샀다. 유난히 일이 고됬던 오늘, 괜히 지끈지끈한 머리가 '쓴'맥주를 불렀다. 평소엔 입 밑에 줘도 피했던 흑맥주가 생각났다. 그 순간 평소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말이 생각났다.
"소주는 쓰기 때문에 먹는 거야, 인생이 쓰니까. 인생이 고달프니까."
한 번도 위의 말이 옳다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무엇이든 개인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거니 생각했다. 허나 오늘은 저 말이 옳건 그르건 그냥 '흑맥'이 땡겼다. 그리곤 자연스레 '코젤 다크'를 골랐다.
매끈한 맥주가 미끄러지듯 입안을 돈다. 부드럽게 목 뒤로 내려간 맥주에 숨을 뱉으면 잔잔한 맥 향이 코 아래로 걸어 나온다. 이 풍취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무게감 있는 맛과 향이 썩 맘에 든다. 생각보다 쓴맛은 덜하다. '입에 도는 씁쓸함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흑맥은 쓴 맛의 대명사다. 하지만 낮은 도수(3.8%) 탓 인지 별로 쓰지 않다. 덕분에 까맣게 태워진 맥아의 전혼인 듯 곡식 향이 돌았다. 맥주만큼 개인의 취향을 타는 주종이 또 있을까? 한사코 흑맥을 거부해왔지만, 오늘로 생각이 좀 달라지려 한다. 그것이 나의 '고된 하루'때문인지, 들어가는 '나이'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편견 없이 또 하나의 훌륭한 맥주를 맛볼 수 있어서 즐거운 하루라 말할 수 있겠다. 오늘도, 내일도 또 맥주는 만나겠지만 '홀로'마시고 싶은 맥주를 꼽으라면 단연코 '흑맥'을 꼽겠다. 고달프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질 좋은' 맥주이니까.
부드러운 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