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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Feb 25. 2017

묵찌빠의 신

 무언가에 정통하려면 10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꼭 10년 까진 아니래도 전문가가 되려면 다분한 노력이 필요하단 뜻이다. 나에게도 정통한 분야가 있냐면 당차게 이야기할 수 있다. 있다고.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4년을 공부한 천문학도, 반 평생을 함께 살아온 별 관측도 아니다. 묵찌빠다.


 "묵찌빠를 잘하는 방법이 있나요?"라고 물으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확실히 있다고. 실제로 최근 3년간 묵찌빠를 '실제로'진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묵지빠를 실제로 진다는 게 뭔가요? " 묻는다면, 일부러 져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아이들과 묵지빠를 할 때 흥을 돋워 주기 위해 고의로 져준다거나, 계속 팀 간 대결에 패배한 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져줄 때가 그렇다. 


 한 번은 30명이 한 줄로 서서 묵찌빠 대결을 기다린 적도 있다. 5분이 채 안되어 30명을 벼베듯 베어내자 아이들의 눈빛에선 존경심이 흘렀다. 다른 선생님과의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가기를 주저하고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 오로지 묵찌빠를 위해서다. 아이들 세계에서 묵찌빠는 그 정도다. 밤 11시에도 한 판 붙기를 소원하는, 1년을 내리 도전해도 이기지 못하는 게 납득가지 않은.


한 친구가 물었다.  "선생님 천문대 졸업할 때 비법 알려주시면 안 돼요!?". "그럼 알려주고 말고". "우와! 감사합니다!" 보통의 대화는 이렇게 흘러간다. 묵찌빠의 비법을 알고자 1년 과정의 수업의 졸업을 고대하지만, 이미 천문대에 재미를 붙여버린 아이들은 3년 과정을 밟기 마련이다. 이쯤 되면 아이도 괴리에 빠진다. 천문대를 졸업해야 비법을 전수받는데, 재미는 있으니 자꾸 다니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사실 내 비법은 오픈 소스다. 아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선생님이나 직원들이 물어보면 숨기지 않고 알려준다. 그러나 제대로 해내는 사람은 없다. 묵찌빠에 정통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어른도 묵찌빠 연습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것에 수업이나, 아이들과의 관계에 부단히 좋은 영향을 준대도 말이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얻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능력은 아닌가 보다. 아 진짜 좋은데...



그래서 묵찌빠의 비법이 뭐냐고요?

졸업할 때 알려 드립니다. 

도전자는 언제든 환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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