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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Oct 26. 2017

오늘 기분 어때요~?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그런 질문은 연인에게도 좀처럼 받을 것 같지 않지만, 몇 번 아이들에게서 받은 적이 있다. "쌤, 오늘은 재밌는 일 없었어요?"하고 묻는 것이다. 한 달에 한번 만나는 나에게 쏟아주는 관심이라니, 감지덕지다.

 물론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의 목적은 따로있다. 자기가 겪은 재밌는 일을 말하고 싶어서다.  모르는 체 하며 "너는 오늘 재밌는 일 없었어?"하고 물으면, 그제야 초롱초롱한 눈 빛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낙엽만 떨어져도 웃을 나이의 아이들이니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학원차를 놓쳤다거나,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졌다거나, 뭐 그런 종류의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 장난 같은 물음이 위로가 될 때도 있다.


표현하지 못하는 음울함을 마음속에 지고 있을 때, 마음 근처를 우연히 지나는 질문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아도 신경 써주는 누군가가 감사하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음울함에도 순수한 사랑을 묻혀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은 별 뜻 없었겠지만.

어 쪼쪼쌤이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한 달에 한 번은 너무 적어요!!

 천문대를 들어서는 아이들이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여지없이 달려와 덥석 손을 잡는다. 꼬꼬마 같은 아이들의 진심 어린 고백은 차가운 어른의 마음도 금세 녹인다.

 한 달에 한 번 천문대를 찾는 아이들이다. 밤하늘을 보기 위해 먼길을 차 안에서 참았다. 누구는 멀미를 하고, 누구는 잠에 든다. 그런 덜컹거리는 길을 지나 별 빛 아래 위치한 천문대에 도착하면 금세 튼튼해져서는 누군가를 찾는다.

 그런 감사한 정성과 사랑이 언제고 과분하다.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 고민한다. 답은 언제나 같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야지, 하고 사랑을 듬뿍 담은 별 빛 한가닥을 눈 위에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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