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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r 15. 2017

초성의 강자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에는 적절한 퀴즈만큼 집중력을 끌게 하는 게 없다. 특히 초성 퀴즈는 언제나 아이들의 도전의식을 불태워 오른다. 꼭 전우를 전직에 두고 온 병사처럼 전투적으로 변한다.


쪼쪼쌤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란다. ㅇ행성으로 분류가 바뀌었지. ㅇ행성에서 앞에 이응은 뭘까?

학생 1 ㅇ행성이요? 음... 왕행성!?

학생 2 혹시 옛 행성!?

학생 3 아! 웬 행성..?


답이 왜행성이 라고 알려주면, 그게 왜 답이냐며 당장이라도 돌진할 태세를 갖춘다. (미안해.. 내가 정한 게 아니잖아...). 종종 달에 관한 퀴즈를 낼 때는 이렇다.


쪼쪼쌤 달과 같이 행성을 도는 천체는 위성이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위성의 '위'자는 한자로 무슨 뜻일까!?

학생 1 위쪽의 위?, 몸속의 위?. 아 모르겠어요. 힌트 주세요!

쪼쪼쌤 ㅂㅎㅎㄷ

학생 2 비행하다? 부활하다? 반항하다!? 아, 혹시 방학하다!? 오예!


누가 초등 어휘가 약하다고 했나. 비행에서 발효까지, 아이들의 어휘는 생각보다 깊고 수려하다. 그럼에도 정답은 따로 있다. 아쉽지만, 정답은 보호하다 였다. 지구로 날아오는 돌덩이들을 막아주는 역할에서 나온 말이다. 달에 생긴 크레이터가 바로 지구를 구하려다 생긴 '영광의 상처'라나 모라나. 


 투쟁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아이들을 보면  답을 맞히지 못해도 아무렴 상관없지 않나 싶다. '정답'보다 '열심'이 중요한 것 같아서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방향은, 그들이 입 밖으로 꺼낸 답들 만큼 다양하기에. 우주를 배우는 천문대에서만큼은, 우주만큼이나 다양한 사고를 가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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