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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r 18. 2017

가장 무서웠던 손님.

무엇에 관해 설명한다는 것.

천문대에 있으면서 가장 무서운 방문객은 천문학을 전공한 학생이나, 과학 선생님들과 같은 '지식인'의 부류가 아니다. 날카로운 질문이나 아는 체도 없이 그는, 나에게 정말 무섭게 물었다.


별이 빛을 내는 이유는 뭔가요?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른거든요. 하하하


나는 겸손하신 분이구나. 잘 알려 드려야지, 하며 괜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리곤 최대한 쉽게 설명을 시작했다.


"별은, 별 내부에  있는 수소 입자가 강한 압력에 의해 헬륨으로 변신하며 빛을 낸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수소가 뭔가요~?"

"네?"

"수소가 뭐냐고요..."


 그는 정말 '아무것도'모르는 수준이었다.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만, 모름은 가끔 난감함을 만들어 낸다.  그는 수소는 물론 분자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덧셈 뺄셈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미분방정식의 해를 묻는 셈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피아노 학원에 처음 등록한 날, 엘리제를 위하여부터 알려주세요! 했던 그 모습이.

 내 답변에는 늘 그가 알지 못하는 단어가 끼어있었고, 이는 또 다른 질문의 시작을 의미했다. 도미노 처럼 이어진 질문에 나는 차례로 넘어갔다.

 폭포수처럼 질문에 쏟아져 나오는 그의 앞에서 나는 '이제 그만 질문해주세요...'란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하며 명함을 건네고 있었다. 이성은 거부하지만, 감성은 이해했던 그의 진심이었으니까.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종종 그날을 생각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식은땀이 송글 맺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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