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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r 20. 2017

만지지 말아줘.

병자가 되어도 좋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다 겪는다. 쪽지를 가져와 사랑 고백을 하는 아이도 있었고, 자기 아빠가 네이버에 검색되는 인물이라며 거들먹 거리는 아이도 종종 만난다. 한 달 동안에만 300여 명의 아이들과 만나니, 그럴 법도 하겠다.

 말썽인 아이들을 만나면 처음엔 불안 불안했는데 요즘은 '나는 안그랬나'싶어 괜히 더 정이 간다. 크게 모난 데는 없었지만, 잘난 척 대마왕에 재수 땡이를 꼽으라면 열에 일곱은 나를 찍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의 선생님들이 준 사랑을 더듬자니, 적어도 받은 만큼은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날 이후 말썽인 아이들만 보면 괜히 관심이 간다. 스승의 은혜를 이제야 느낀다.

 말썽의 종류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다.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가 하면, 10분도 넘는 자기 이야기를 해야만 수업을 듣겠다는 아이도 있다. 무엇이든 '혼자'하고 싶어 하는 아이와 무엇이든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한 팀을 이루기도 한다.


그중에도 참을 수 없는, 아니 피해야 하는 말썽이 있다면, 끊임없이 나를 더듬는 아이의 행위다. 아이들이야 친근함의 행위로 안기고, 만지고 한다지만 요즘 세상이 어디 그런 세상인가. 그런대로 다 받아주다간, 잘못된 시선 아래 경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꼬꼬마 같은 초등생들의 사랑의 손길을 완곡히 거절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순진하게 한 아이의 행동에 꼬리표를 붙여 거부한 순간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하얀 거짓말을 이용하곤 한다. 기분 나쁘지 않도록,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금이 가지 않도록


선생님은 피부가 약해서, 옷을 입고 벗을 때도 상처가 난단다.
 그러니 제발 만지지 말아줘...


졸지에 병약한 환자가 되곤 하지만, 뭐 아이들의 마음만 지킬 수 있다면. 그깟 병자,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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