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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r 30. 2017

우주의 기운은 그런게 아니에요.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줍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우주의 기운을 언급했다.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우리를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니, 은빛 미래가 눈에 훤하지 않은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두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간절히 원하는걸 도와달라고 대통령으로 뽑아놨더니, 그 책임을 자신도 아닌 우주에게 돌리고 있는 점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뭐 사람사는 세상에 그럴수도 있지. 꽉 채우지 못한 그녀의 재임 기간이 비리로 얼룩졌어도 그녀는 끊임없이 국민을 응원했다. 간절히 원하면 (본인 대신) 우주가 도와준다며. 그것이 바로 우주의 기운이라며.


 더 놀라운 것은 그 우주의 기운이 10년도 전에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름에 신뢰도가 묻어있는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그녀가 NASA를 사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바람이 우연히 이루어진 거라면 이 역시 우주의 힘이다. 그녀의 간절한 바람 덕이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녀가 이해하고 있는 '우주의 기운'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뿐이다.

WMAP이 지난 9년간 조사한 내용으로 완성된 우주배경복사 지도 ⓒ NASA


2001년 6월 30일, NASA는 WMAP이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온 우주에 깔려 있는 '우주 배경 복사'라는 빛의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2년 뒤, 이름값을 증명하듯 지도는 완성되었다.



우주를 지배하는
'암흑 에너지'

 우주 배경 복사지도는 단순한 지형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주의 구성과 통계를 한눈에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도를 통해 밝혀진 우주의 구성은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사람, 빛, 돌, 별 기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우주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총총한 밤하늘의 별을 다 합쳐도 고작 4%라니! 그럼 나머진 무엇이란 말인가. 우주 배경 복사지도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물질'이 23%를 차지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가 73%를 차지한다. 이후 더 정밀한 지도에서 암흑에너지의 비율이 68%로 밝혀졌다. 바로 그녀가 말한 '우주의 기운'이다. 도대체 암흑에너지는 무엇이길래 우주의 70% 가까이 차지하는가.

빅뱅 이후 우주의 과정 ⓒ NASA


자전거를 타봤는지? 자전거를 탈 때 페달을 밟지 않으면 이내 속력이 느려지다 정지한다. 마찰이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빨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에너지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적 시선으로 돌아가 보자. 우주는 커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우주 초기 '빅뱅'이라는 우주 팽창의 원동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뒤 추가적인 '빅뱅'은 없었고, 우주가 커지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었다.


우주가 점점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주는 점점 더 빠르게 커지고 있었고, 이에 관련한 연구가 2011년 노벨상을 받으며 정설로 굳혀졌다. 점점 빠르게 팽창하는 우주가 되기 위해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우주를 빠르게 팽창시키는 에너지, 그것이 바로 '암흑 에너지'다.


요약하면, 우주의 기운(암흑에너지)의 역할은 우주가 더 빠르게 팽창하도록 돕는다. 딱 그 정도다. 아쉽게도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은 아닌 듯하다. 암흑에너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뜬다. 우주가 커지고 있다니, 생각의 범위가 5인치의 핸드폰에서 우주적 규모로 변하는 순간이다.


"쌤, 우주가 커지고 있으면 지구도 커지는 거예요?"라는 어설픈 질문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 성장하니까. 누구에게든 우주를 커지게 하는 진짜 우주의 기운이 더욱 와 닿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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