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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Aug 10. 2017

집에 갈 줄 모르는 교수.


 어휴 저 교수님은 왜 집에를 안가? 집에 들어가기 싫으신가..?

 멋모를 대학생 시절, (천문학과) 교수님들을 보면 참 끈질기다고 생각했다. 연구실 - 집 - 연구실 - 집.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인가?' 싶을 만큼 평소에도 연구실에 오래 머무는 탓이었다. 여느 직장인의 꿈처럼 교수님들도 '칼퇴근'을 꿈꿨을 텐데, 전력 질주하듯 연구에만 몰두했다. 저렇게 연구하시니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셨겠지, 하며 대단함을 입으로만 칭송했다.


  과학도에게 과학감성은 도통 연결되지 않는다. 과학이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다 보니 '감성'은 '비 이성'이나 '반 논리'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과학자는 '논리'안에 살아야 한다며 세상 모든 것에 원인과 결과를 묻히는 과학인도 아주 흔하다. 마치 함수처럼 x값을 대입하면 y값으로 향하듯.


"상훈아, 어제 교수님 연구실에 불이 11시까지 켜있던데, 교수님 요즘 새로운 연구 시작하셨어?"

"아~ 요즘 교수님 사진 편집하셔"

"뭔 사진?"

"천체 사진, 직접 찍으신 거!"

"응?? 그건 왜?"

"교수님 취미셔, 가끔 그렇게 밤을 새우듯이 하시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교수님은 누구보다 밤하늘을 좋아하셨다. 아직도 자신이 찍은 천체사진을 몇 시간에 걸쳐 작업할 만큼 '별'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 천문학자'에게 천체 사진이나 별자리는 실적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순수한 열정 하나로 '취미'를 이어갔다.

 교수님이 그토록 연구에 매진하신 연유가 '성공의 욕심'이 아닌 '애정'이라는 걸 알았을 땐 뒷 머리를 망치로 '쾅'하고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세상에... 교수님이...'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연구할 대상에 대한 애정의 깊이만큼 그 분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과학이 논리 안에 존재하는 건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에 대한 열정만큼은 감성의 영역이다. 무엇에 미친 다는 건 '논리'의 영역이 아닌 '감성'의 영역일 테니까.

 논리 안에 살아야 하는 과학자 일지라도, 때론 감성적으로 사랑을 품고 비 이성적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이유 없이 무언가를 사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처럼.  아직도 별을 보고는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교수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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