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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Aug 02. 2017

저는, 쪼쪼입니다만...

 쉬는 시간이었다. 사무실에 잠깐 올라갈까 싶어 교실을 나서는 중에 한 어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곤 공손하게 물었다.


선생님이 쭈쭈 선생님이시죠?


쭈쭈?? 아... 저는 쪼쪼쌤입니다만...하고 말끝을 흐리니 어머니 입에서 크흡, 하고는 작은 부끄러움이 나왔다. "아이가 그렇게 말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하며 무언가 원망 섞인 표정을 지으셨다. 별 것 아닌 '쭈쭈'는 듣는 사람과 뱉은 사람을 모두 부끄러움 속으로 던졌다.

 이런 오해가 빈번하다 보니 어머님께 소개할 때도 일부러 발음을 힘준다. "안녕하세요 쪼.쪼.쌤. 이라고 합니다"라며 이름에 간격을 두게 된다.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면 아무래도 오해가 적지만, 아무렴 익숙한 말로 듣게 되니 그 와중에도 "네? 찌찌쌤이요?"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면 '저는 그런 이름을 별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고 결사적으로 항변하게 된다. "쪼쪼입니다, 쪼쪼!" 하고.

 

 별명은 어린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고자 만든 '천문대 이름'과 같다. 내 이름은 할아버지에게서 받았고, 영어 이름은 친구가 지어줬으니, 쪼쪼는 내가 지은 나의 첫 이름이었다.

 하지만 내 이름은 아이들의 입에서 아주 쉽게 바뀌었다. 쭈쭈뿐 아니라, 쫘쫘쌤, 쭉쭉쌤, 쪽쪽쌤, 짹짹쌤... 아이들의 입에서 나는 내 이름의 주인이 아니다. 그래도 아무렴 상관은 없다. 아이들이 부르며 즐거우면 그만이다. 다만 가끔 부끄러울 때가 있다면, 어머님이 다른 선생님에게 이렇게 물을 때다.


"왜 저희 선생님은 이름이 쭈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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