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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Sep 28. 2017

저는 학원이 다섯개에요!

천문대도 학원인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무척 즐겁다. 가끔 일찍 오는 아이들이 있으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함께하거나, 어린 시절 놀이로 어울렸다. 그러다 보면 어린 시절 약속도 없이 하나 둘 모인 골목길처럼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천문대 입장에서 치자면 '손님'이지만 내 입장에서 보자면 '친구'가 찾아오는 것이다. 스무 살쯤(?) 어린 친구들과 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난다. 어디선가 어머니의 "들어와! 밥 먹어!"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수업이 시작하는 7시가 되면 "자, 이제 수업하러 들어갈까" 하고 말한다. 나 같으면 "아... 좀 더 놀아요 선생님!" 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언제나 "오예~ 들어가자!!"하며 그저 신나게 등을 보인다. 나랑 노는 게 재미없었나?, 싶을 정도다. 그런 가벼운 의심을 이고도 쉽게 멀어지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내게 활력이다. 아이들이 천문학 수업을 즐겁게 생각한다는 반증이었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네는 학원을 몇 개나 다녀~?"

"저는 네 개요!"

"저는 다섯 개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숫자가 점차 늘어난다. 그러면 괜히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입을 한번 앙 다물고는, 경쟁하듯 개수를 늘린다.


"저는 구몬 포함해서 여섯 개요!"

"저는 원어민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것 까지 해서 일곱 개요!!"


 아이들의 대답은 언제나 낯설다. 수십 번을 들은 같은 답이 여전히 이상하다. 매번 들어도 그렇다. 그렇게 팍팍한 삶이 아이들에게 주어졌다는 게 슬프고 안타깝다.

 초등학생 때의 우리는, 지금의 아이들과 비교하면 천치에 가까웠다. 골목에 모여 구슬치기를 하고, 부메랑을 날렸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운동장으로 향했고, 땀에 젖은 옷을 말리며 또다시 골목으로 향했다. 골목에 메아리치듯 퍼지는 "밥 먹게 들어와~"하는 목소리가 울리 때까지, 우리의 위치는 언제나 밖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자유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나보다 더 빼곡한 스케줄을 살아가고, 사무직 원보다 더 긴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아이들의 위치는 무인도와 다르지 않다. 배가 끊긴 채 발을 동동 구르는 여행객과 다를 바 없다.

 

"그럼 천문대까지 하면 학원이 총 여덟 개인 거야!?"

"네? 천문대는 왜 쳐요?. 천문대는 학원이 아니잖아요!"

"왜? 정기적으로 와서 별에 대해서 배우잖아~여기도 학원일 수 있지~"

"에이~ 천문대는 재밌잖아요~, 재밌으면 학원이 아니죠~"



나는 아이들에게 천문대가 언제고 학원이 아니길 바랬다. 늘 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남기를 바랐다.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빛을 쐬는 일이, 청청한 가을날 시원한 강바람을 쐬는 것과 늘 같기를 소원했다. 그런 소원의 결과는 역시나 나의 몫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어느 날 주어진 그 책임감을 다시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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