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5~6번 정도 해외에 나오다 보니 여행에 왔다고 누군가의 기념품을 챙겨야 할 일은 더 이상 사라졌다. ‘승현이가 여행을 갔네!’하며 기념품을 기대하는 사람도 더 이상 없다. 그런 점은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주 편하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네 삶은, 피할 수 없이 선물을 준비해야 할 때가 반드시 있다.
선물을 고른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얼마나 의미를 담아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생각해보면 선물이라는 것은 가수의 목소리와 비슷할지 모른다. 인기가 없든, 비판을 받든 내가 꽂힌 가수의 목소리는 언제나 환상적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목소리도, 뛰어난 발성도 자신의 감성과 삶에 어울리지 않으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래서 선물은 언제나 어렵고 고민된다. 나에게 좋은 목소리도, 그에겐 소음이 될 수 있다. 고작 2~3만 원짜리 선물을 하면서 고민은 20~30만 원어치인 이유다.
보통의 경우 내가 택하는 선물은 술이다. 세상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특히 어른들께는 그만한 선물이 없다. 술과 먼 사람에게도 적당한 품격의 선물 같은 느낌을 준다. 지역 특산 와인이나 양주는 액면가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바다를 건너며 제 몸집을 불리는 효자 같은 아이다.
한 번은 몽골에 다녀와서 보드카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선물을 받은 어르신이 “아이쿠, 이 귀한걸!” 하며 마치 신줏단지처럼 술을 모셨다. 그리곤 난 잎을 닦듯 조심스레 품에 안아 술장고에 넣었다.
만 이천 원쯤 되는 보드카가 자리 잡은 곳은 자그마치 20만 원도 넘는 밸런타인 27년 산 옆이었다. 맥그리거를 KO로 누른 메이웨더가 나의 쉐도우 복싱을 보고 “헤이, 스파링 한번 할까?” 하는 정도의 우연이지 않을까 싶다. 보드카는 제 신분이 그렇게 상승할 줄 알았을까? 아마도 몰랐겠지.
그래서 가끔이지만, 여행지에서 선물을 살 기회가 오면 기대가 앞선다. 가치가 얼마나 상승할지 상상되는 것이다. 잠깐, 그런데 내가 술을 선물하게 된 후로, 왜인지 내게 들어오는 술 선물이 뚝 끊겼다. 어째서일까? 나도 몸집 불린 술 좀 안아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