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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Sep 07. 2017

운이 아주 좋은 아저씨?

별똥별의 추억

 일 년에는 대략 10번 정도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날이 있다. 별똥별(유성)이 비처럼 많이 떨어진다고 해서 유성우라고 불리는데, 사실 그 정도로 많이 볼 수는 없다. 한 시간에 5개 정도를 목표로 보면 아주 적당한 정도가 유성우의 실체다. 그래도 별똥별을 꽤나 높은 확률로 볼 수 있는 날이 있다니, 흥미로운 날임에 틀림없다. 램프의 요정 지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별똥별의 위상을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는 날이다.     


 내가 일하는 천문대는 정규 수업을 제공하는 ‘교육형 천문대’이기에 일반인들의 관람이나 방문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일은 별똥별이 한 시간에 백개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고 뉴스에서 유성우 예보를 쏟아내면 천문대는 곧장 아수라장이 된다. 되거나 말거나 무조건 천문대로 모여드는 탓이다. 교육형 천문대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그저 가도 되겠거니 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 앞에 서서, 저희는 일반 관람객을 받지 않습니다, 하고 말해도 네네 알겠습니다, 하고 불도저 못지않게 막무가내를 피신다. 간혹 "거 참 그냥 좀 들어갑시다, 별똥별 보여주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하며 역정을 내시는 할아버지들도 계신다. 그럴 때면 공익과 원칙 사이에 길 잃은 괴리가 고개를 내민다. 천문대를 개방해야 하는가,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가.

 길지 않은 고뇌 후의 결론은 늘 같다. 가능하면 최대한 보여주자!

     

 그러한 경위로 한 아저씨가 천문대를 찾았다. 마흔이 조금 넘어 보이는 배불뚝이 아저씨였는데, 아홉 살쯤 되는 딸과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별이 참 예쁘네요,  로 입을 연 아저씨는 종종 별을 봤지만 별똥별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참 운이 없었다며, 오늘은 운이 따라줘야 할 텐데요, 하고 소원하듯 말했다.

 아저씨는 내게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묻고는 모범생처럼 가르침을 따랐다. 15도 정도 고개를 들고 있으면 좋다는 말에 딸과 똑같이 15도 정도 턱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미어캣과 꼭 닮았다.


 그런데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구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별똥별을 한 개도 보지 못했을 때였다. 침대에 쏟은 커피처럼, 구름이 하늘을 채웠다. 딸의 얼굴에도 먹구름이 채워졌다. 아빠, 이러다 별똥별 못 보겠어, 하고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빠는, 너 아빠 운이 얼마나 좋은지 알지~? 구름은 금방 없어질 거야. 아빠 어제도 길에서 천 원짜리 주었잖아, 하며 설익은 위로를 건넸다. 딸의 표정은 떫은 감을 문득 돌아오지 않았다.     

  별똥별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불운에서, 돈도 주어낸 행운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몹시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그저 가만히 부녀를 보았다.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은 별빛에 원망을 퍼부었다. 차로 돌아가는 내내 그들은 아저씨가 불운인지 행운인지에 대해 다투었다. 결론이 뭐였는지 궁금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떠나갔다.


 나는 내가 한 일도 아니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별똥별이 떨어져 그들의 소원을 마법같이 이루어주길 바랬다. 그것이 과하다면 한 줄기의 별 빛아래 ‘우와’ 하는 감탄을 선물하고팠다. 하지만 구름이 지나고, 내가 선물한 것이 한 줌의 실망임을 알았을 때 나는 아주 조금 서글펐다.

 해도 되지 않을 일을 하며 미안함을 느낄 때 무언가 복잡한 심정도 찾아왔다. 별똥별을 보길 소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빈 손, 아니 빈 눈으로 보내며 모두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나의 일엔 정성은 물론 운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곤 혹시 정성이 커지면 하늘이 주는 운도 따라 커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며, 나가는 그들 차에 꾸벅 인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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