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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Jan 04. 2018

망원경 얼마예요?

가장 많이 하는 질문 BEST 3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아이들이 천문대를 찾으면 장대비처럼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자주 하는 질문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의외로 ‘별’과 관련이 적다. 아이들의 질문 BEST 3을 알아보자.



1. 망원경 얼마예요?

아이들에게 망원경은 신비하다. 분명 눈으론 별이 하난데 망원경으로 보면 두 별이 사이좋게 붙어있는가 하면, 눈에 안 보이는 맨 하늘을 망원경으로 보자 수많은 별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수십만 개가 뭉쳐있는 구상성단이나 별들이 태어나는 가스 덩어리(성운)도 보인다.

 렌즈에 눈을 대기 전까지 망원경은 마치 보물 상자에 가깝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풀지 않은 선물 보따리 같은 망원경은 이름 석자 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망원경은 쉽게 아이들을 궁금하게 한다. 도대체 저 거대하고 뚱뚱한 망원경은 얼마인가.

 망원경은 크기에 따라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천문대에서 사용하는 망원경의 경우 수백만 원과 수천만 원을 쉽게 넘긴다. 뿐만 아니라 대형 망원경의 경우 돔 시설이 필수적으로 이용된다. 주변의 빛을 막기 위해 천장에 구멍을 뚫고, 천장이 돌아가게 하는 시설이다. 때문에 망원경은 그 자체로 가격이 정해지지 않는다. 뭐 그래도 묻는 아이들에겐 "쌤 전재산 보다 비싸!" 하고 말지만. 






2. 오늘밖에 나가요?(구름이 가득한 날)

무시무시한 망원경의 성능이 위력적으로 느껴졌는지 아이들은 곧 잘 물어본다.

 

아이  선생님, 오늘은 뭐 볼 거예요~?

쪼쪼쌤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별이 안 보여

아이   네? 망원경으로 보면 되잖아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별도 척척 찾아냈던 망원경이니 언제든 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오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름과 비에 막힌 별 빛은 땅으로 도달하지 못한다. 수 백 년을 우주 공간으로 날아온 별 빛도 두터운 구름엔 속수무책이다.

 별을 볼 수 없다는 말에 아이들은 금세 시무룩해진다. 예상치 못한 구름이 아이들 얼굴에도 드리운다. 그러면 구름 낀 날에도 한 줌 희망을 들고 온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정말 보였으면 좋겠다, 하고.






3. 레이저 어디까지 나가요?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물건은 별 지시기다. 초록빛 직선광을 발사하는 레이저 말이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빨간 레이저 포인터와는 아무래도 차원이 다르다.

 저 먼 산을 비추면 나무에 초록빛이 맺히고, 땅에 쏘면 주변이 밝아지는 아주 강력한 레이저다. 하늘에 쏘면 끝없이 날아가 마치 별에 다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별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별 빛 보다 레이저에 먼저 반응한다. “자봐봐! 이 별 보이지!?” 하고 레이저를 쏘면 “우와!” 하고는 레이저에 감탄하는 것이다. “별을 봐 별!” 하고 웃으며 잔소리를 수어 번 하게 된다.


워낙 진하고 강력해 보이는 빛줄기지만 레이저는 가까운 하늘 까지만 다다른다. 수증기와 먼지에 가로막혀 대기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 머릿속에선  별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무한이 뻗어 빛줄기가 괜히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 빛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아이들의 상상이 기분 좋다. 질문이란 것은 가격이든, 성능이든, 상상이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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