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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Jan 07. 2018

“너무 무섭잖아요!”

무서운 별보기

어렸을 때 겁이 좀 많았다. 혼자 있을 때나, 조금만 음산한 기운이 들어도 몸이 굳었다. 누군가 무서운 얘기를 시작하면 손바닥으로 수 없이 귀를 쳤고, 한 밤 중 화장실을 가는 일도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친구들도 “야, 쪼쪼 있으니까 무서운 얘기는 우리끼리 하자”며 저만큼 떨어져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런 등돌림이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 아주 감사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곳에서도 혼자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이유였다. 별. 별을 볼 때면 무서움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별을 ‘친구’라고 느낀 적은 없지만, 총총히 겹쳐진 빛들이 마치 환한 등불 같았다. 그래서 캄캄해도 두려움이 들지 않았다.

 어두울수록 별 빛은 더 밝았으므로 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나는 아주 어두운 산 길도 별 빛을 보며 오를 수 있었다. 친구들은 처음에 “나 어제 혼자 별 봤어”하는 얘기를 믿지 않았다. 당연한 의심이 친구들 얼굴 위에 드리웠다. “네가?”


쌤, 너무 무서워요...


이따금 천문대에서 아이들과 별을 볼 때도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다. 열 명의 친구와, 건장한 선생님이 앞에 있어도 여지없이 무서워했다. 그것은 사람에게 드는 무서움이라기 보단 어둠에 드는 무서움이다. 얼굴이 하얗게 떠서는 “쌤! 내려가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하고 울먹이며 외친다. 발까지 동동 구르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꼭 나의 어릴 적 생각이 난다.

 그러면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눈을 감게 시킨다. 무서움을 느끼는 아이의 손은 겨울이던 여름이던 항상 차갑다. 그 손 위에 딱딱한 어른의 손을 얹는다. 그리곤 속삭이듯 작게 말한다.


“눈을 딱 10초만 감았다가 바로 하늘을 보자.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있을 거야. 그 별들을 멀리 있는 가로등이라고 생각해봐. 선생님은 그렇게 하니까 하나도 안 무섭더라고!”


이 방법은 열명 정도의 아이들에게 써봤는데 효과는 놀라웠다. 한 명도 빠짐없이 이렇게 말했다.

 뭐예요. 그래도 무섭잖아요!!



 실패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겐 저마다의 방법이 필요한가 보다. 그럼에도 잡은 손이 따뜻한 건지, 의지할 사람이 있어서 좋은 건지 별자리 관측은 무사히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음 달에 다시 별을 볼 땐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별이 등불이 된 것일까, 아니면, 한 번 이겨낸 경험이 자신감으로 바뀐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아이들은 한 걸음을 밤하늘로 딛는다. 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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