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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Nov 11. 2017

별이 어디 있어요?

 천문대 강사에 지나지 않은 내게 '선생님'이란 칭호가 아이들에게서, 어머니들에게서 덮혀졌다. 그 세음절 짜리 단어는 나를 책임감 아래로 짓눌렀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첫 수업인 만큼, 아이들도 어머님들 모두 별을 목말라했다. 첫 수업에 날씨가 안 좋은 날이면 하늘을 붙들고 '왜 제게 이러시나요'하고플만큼 날씨가 중요하다. 맑은 하늘 아래 총총이 별이 떴으니 일단은 됐다. 아이들은 오늘 진한 밤하늘을 느낄 수 있겠다.


 강의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8명과 여자아이 4명이었다. 아이들은 한 껏 들떠있었다. 도시의 불빛에 가렸던 별을 본다는 게 좋았는지,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여행처럼 온 게 좋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방금 꽃망울을 터트린 수선화처럼 연 노란 웃음을 짓고는, 헤헤하고 웃는 모습에 나도 따라 웃을 뿐이었다.

 열 명의 아이들을 쪼르륵 이끌었다. 기차처럼 한 줄로 세워서는 "출발!"하고 다음 역으로 출발했다. 칙칙폭폭, 열차가 옥상 관측실에 닿았다. 아이들은 차곡히 오른 계단만큼이나, 우주에 가까워졌다.

 캄캄한 하늘 사이로 보석처럼 별이 빛나고, 그 사이를 수많은 별자리가 수놓았다. 오리온자리, 큰 개자리, 작은 개자리, 쌍둥이자리 등등. 아이들은 대국이 끝난 바둑판처럼 별로 빼곡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별이 어디 있어요!?


"별이 어디 있냐니? 이게 다 별이잖아!",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럴 리 없다고 되물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주 밝은 별 몇 개 만을 간헐적으로 구분해냈다. "여서, 일곱 개 정도는 있어요!"하고 인심 쓰듯 말했다. "선생님은 30개도 넘게 있는데!?" 하고 말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별 빛은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지구로 쏘아댔지만, 아이들은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적응에 관한 문제였다. 별을 접한 적 없는 아이들은 캄캄한 밤하늘과 총총한 별 빛도 구분해내지 못했다. 작은 시냇가에 떼를 지어 움직이던 송사리를 구분하는 일처럼 무언가를 구분하는 데는 경험과 직관이 필요하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지만, 한 번 보기 전에는 전 혀 볼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밤하늘을 앞에 두고도 어둠을 더 잘 찾는다.


 첫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며, 아이들은 밤하늘을 어떻게 느낄지 계속 궁금했다. 짧은 두 시간을 함께한 후, 나의 밤하늘이 아이들의 밤하늘과 같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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