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하기 싫은 잔소리

by 조승현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말만 걸어도 짜증부터 올라와”


오랜 친구 A는 직장 상사의 잔소리가 너무 많다며 힘들어했다. 한 번은 먼저 퇴근하라는 말도 잔소리로 들렸단다. “할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는 건데,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퇴근하라고 재촉만 하잖아”.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으니 쉽게 말할 순 없지만,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들었으면 저럴까 싶어 안쓰럽다. 그리고 놀랍다. 잔소리가 퇴근보다 강할 줄이야.


나도 어렸을 때는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깔끔한 성격도 아니고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다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잔소리 한 솥쿠리를 아낌없이 주셨는데, 항상 마지막 말은 같았다.


“엄마라고 잔소리하는 게 좋은 줄 아니?, 나도 싫어. 제발 좀 잔소리 좀 안 나오게 해 줘”


그럴 때면 괜히 입이 뾰로통해져서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하고 생각했다. 말로 뱉은 적은 없다. 그랬더라면 잔소리 두 솥쿠리를 서비스로 주셨을 테니까.


잔소리를 듣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되도록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대장이 되자 그런 상황은 훨씬 많아졌다. “정리정돈 좀 하자”부터, “망원경에 먼지 봐”하는 말까지 다양하다.

늘 고생하고, 노력하는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나면 괜히 불편하다. ‘나는 뭐 그리 잘난 사람이기에 잔소리를 해대나’ 싶다가도, ‘그래도 해야 더 나아지겠지’ 싶은 것이다. 싫어도 해야 하는 잔소리를 뱉고 나서야 어머니의 말을 이해한다.

“박든솔- 오늘도 또 늦게 끝냈어?”

“아니 그게, 별을 좀 더 보여 주려다 보니까...”

“그래도 뒤에 팀이 기다리면서 서로 불편하게 되잖아.”

“알겠습니다... 잘 끝낼게요...”


그중에도 유독하기 싫은 잔소리가 있다. 시간에 맞춰 수업을 끝내라는 것이다. 천문대 수업은 하루 두 타임인데, 앞선 타임이 끝날 때쯤 뒷 타임 아이들이 천문대에 도착한다. 때문에 앞팀 수업이 조금이라도 늦게 끝나면 양쪽 팀이 섞이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순식간에 지하철이 5분 늦게 도착한 플랫폼처럼 변한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별을 더 보여주려는 강사와 천문대을 찾는 사람들이 덜 불편하길 원하는 대장이 마주 본다. 각자의 입장에서 열성인 것을 서로는 알까? 잔소리를 뱉으면서도 대장은 속으로 고맙다.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는데 욕심을 내어서, 진심으로 밤하늘을 선물해주어서. 하기 싫은 잔소리를 기쁜 마음으로 뱉는다.

강사는 앞으로도 종종 시간을 넘기며 별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할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열성일 것이다. 다만 잔소리도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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