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별이 뜬 어느 밤이었다

by 조승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보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왜 대처해야 하지, 무시하면 되는데. 나의 생각과 다르게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무시했다. 사실 도망에 가까웠다. 공들여 쌓은 마음을 무례한 사람에게 내어줄 수 없었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쌓는 일은 새로운 땅에 건물을 올리는 것보다 배로 어렵다. 잔해들을 다시 치우고 단단한 마음으로 땅을 다지기에는 내 품이 너무 작았다. 무너지지 않으려면 도망쳐야 했다.



입김으로 추위를 가늠하던 어느 겨울이었다. 습관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유난히 색이 진한 별들이 보였다. 오리온자리였다. 오리온의 왼쪽 겨드랑이는 빨간 별이었고, 오른쪽 발은 파란 별이었다. 문득 처음 별이 꼭 노랗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가 생각났다. 중학교 과학시간이었다.


"별들도 색이 있어. 어떤 별은 빨갛고, 어떤 별은 파랗단다."

"우와 빨간색은 도대체 얼마나 뜨거워요?"

"삼천도나 된단다. 그런데 파란 별은 더 뜨거워. 삼만도"

"네? 왜 파란색이 더 뜨거워요? 뜨거운 색은 빨간색이잖아요"

"왜? 파란색은 뜨거우면 안 되니?"

"그건 아니지만..."


별은 늘 노랗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스케치북에 별을 그리면 노란색 크레파스만 분주했다. 그것만 닳고 작아져도 다른 색을 쓰지 않았다. 그래야 별이니까. 파란색이면 멍이 든 것 같으니까. 내 마음엔 그런 별이 없으니까. 별은 늘 노랑은 떠야 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별들에게도 색이 있었다. 저마다의 따스함을 색으로 품고 있었다. 빨간색이 꼭 뜨거운 것은 아니다. 파란색이 꼭 냉정한 것은 아니고.


별처럼 다양한 색을 품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또 그렇게 누군가를 평가했나 보다. 왜 너는 노랗지 않냐고. 너는 색이 다르니 나와 함께 할 수 없다고. 무례하다며 피했는데 내가 누군가를 무례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니 본래의 색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바라보는 일을 별로 이해하게 될 줄을 몰랐다. 별은 늘 가만히 제모습을 보낸다. 주변에 서성이던 나는 우연히 마음에 닿는 생각을 하나 걸쳐 입었다. 푸른 별이 뜬 어느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