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지키는 방법

by 조승현


아이들에게 종종 천체 사진을 선물하는데, 가끔은 아이들이 먼저 사진을 찾기도 한다.


“선생님, 오늘 관측한 별 사진은 없어요?”

“아쉽게도 없네”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도 꼭 갖고 싶었는데...”

“대신 다음 달에 한 번 더 보여줄게!”

아이는 짧게 "네" 하고 돌아섰지만 실망한 기색은 길게 남아 강의실을 채웠다.


교육 준비실에 들어섰다. 수업때 쓴 교보재들을 정리하던 중 사진 보관함 구석에 아이가 말한 천체 사진이 수어장 박혀있는게 보였다. 여러 사진과 뒤섞여 미처 발견하지 못했나보다. 조금 더 꼼꼼히 눈여겨보았다면 줄 수 있었을 텐데... 실망하며 돌아간 아이의 표정이 눈썹 사이에 턱 하고 걸쳤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강사는 학생의 열망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강사다. 덜렁대서 그렇고, 세심하지 못해서 그렇다. 사진이야 고작 100원쯤 하지만 가치는 가격대로 매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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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가 도는 교육 준비실에 서서 상상했다. 혹시 타이밍에 맞게 사진을 줬더라면, 원하던 사진을 제때 받았더라면, 아이는 사진 속 천체를 평생 자신의 우주처럼 여기지 않았을까. 60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도 핸드폰 배경화면은 그 천체이지 않을까. 설을 맞아 놀러 온 손자가 우연히 배경화면을 보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까. “할아버지 마음속의 가장 빛나는 별이란다”. 어쩌면 손자에게 널어놓았을 아이의 우주를 내가 없앤 것이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상상도 좀 적당히 하자’ 싶다가도 ‘또 그러면 안되지’ 싶다.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다시 누군가의 미래에 훼방 놓아서는 안된다. 주변을 몇 번 더 둘러보는 것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딱 그 정도만으로도 누군가의 우주를 지킬 수 있다면, 꽤 남는 장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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