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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Jun 11. 2020

기적 같은 여름밤

 여름밤은 사랑으로 가득 차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있던 견우와 직녀의 애틋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견우별과 직녀별은 여름 밤하늘에서 재회한다. 로맨스가 있는 계절이다.

 대학교 2학년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내가 다녔던 대학은 천문학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서울에 학교가 있었다. 아파트의 불빛이 코 앞에서 쏟아지는 곳이었다. 다행인 것은 몇몇 밝은 별은 볼 수 있었다.

 과제를 핑계로 늦은 밤까지 남아 별을 봤다. 견우와 직녀별을 포함한 별 몇 개가 간신히 보였다. 함께 별을 보던 친구가 무심히 말했다. "뭐야, 저 정도면 대충 만난 거 아니야? 견우별 직녀별 말고 보이는 별이 별로 없네. 그냥 눈 앞에 있는 사람들끼리 사랑했구먼 뭐"

 친구의 말은 여름밤의 낭만을 산산이 부수었다. 과연 밤하늘에는 딸랑 몇 개의 별만 빛났다. 


 하지만 진실은 본질에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던 어느 여름밤이었다. 천문대에서 아이들과 별을 봤다. 아이들은 관측실에 서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우와, 뭐예요. 저게 다 별이에요?"

 레이저로 견우별과 직녀별을 가리켰다. 별이 넘쳤다. 넋을 놓고 보던 아이들이 고개를 잠깐 돌렸다가 다시 밤하늘을 바라보면 오뚝이처럼 물었다. 


"쌤? 직녀별이 어떤 별이라고요?"

"이거라니까 이거"

"너무 많아서 헷갈려요"

"그럴 만도 해"

"견우와 직녀는 진짜 인연인가 보네요. 이렇게 많은 별들 중에서 딱 두 별만 결혼했잖아요"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말했다.

"그렇지. 은하수에는 약 3000억 개 정도의 별이 있어. 1초에 별을 하나씩 찾는다고 해도 다 찾는데 만 년이나 걸린다고. 정말 천생연분이지?"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웃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태양이라는 작은 별 옆에 사는데, 우리 은하에는 이런 별이 3000억 개쯤 돼.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3000억 개쯤 되고. 별은 개수는 지구 상의 모든 모래알의 개수보다 많지. 그 수많은 별들 중 지구라는 곳에서 선생님과 너희가 만날 확률을 생각해봐! 정말 기적 같은 일이지?"


 견우와 직녀도, 우리도 모두 기적 같은 만남 속에 살고 있다. 학교에, 회사에, 집에 쌓인 경이로움을 우리는 평소라고 부른다. 만남과 일상이 모두 기적인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떤 기적을 만나게 될까?


밝은 세 별중 왼쪽 위(직녀별),오른쪽 아래 (견우별) (c)신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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