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내뱉는 말들

by 다른우주

자폐아를 키우다 보면 엄마인 나에게 죄책감을 주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고, 스치는 사람일 때도 있다.


타인이 나와 아이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혼자 판단하여 쉽게 말하고 아무렇지 않게 참견하 경우가 많아서일 것이다.

론, 상대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잘 모르기에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음이 불편할 것까진 없다.


두 입장은 일방적지 않다.

내가 '그러한 말'을 받는 입장이 아닌, 던지는 입장일 수 있다. 주관과 해석에 따라 다르기에 절대적으로 무결한 말은 없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를 아는 이들도 은연중에 말을 던지기에.... 마음을 온전히 나누지 못하는 외로움을 느 때가 있다.


속으로 억울할 때도 있다.

'당신이 뭘 알아?'라며..


1.

우주는 마스크를 씌우면 찢거나 끈을 뜯는다. 대학병원에서도 그랬고, 여분은 없었다.

지나가던 할머니에게 혼이 났다.

"아니 여기서 애기 마스크를 안 씌워 엄마가! 마스크!"

나는 길게 설명하기보다 허리를 꾸벅꾸벅 굽히며 "네! 감사합니다!"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정말로, 내 아이를 걱정해 주심에 감사다.


2.

오래 알고 지난 유나 엄마는 우주의 편식을 내 탓으로 돌린다.

이유식을 먹이고부터 우주의 예민한 미각(+시각/+후각)때문에 버려지는 음식이 많았다. 한 끼를 먹이기 위해 세 번의 요리를 한 적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어 우주는 지금 가짓수는 적지만 야채도 고기도 잘 먹는다. 물론 정해진 형태로만..

감자채는 안 먹지만 찐 감자는 먹는 것처럼..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향이 강한 카레, 짜장, 토마토소스 등은 시도조차 거부한다.


유나 엄마는 외식을 해도 도시락을 싸 오는 나를 보며, 이럴 때 아무거나 먹여야 편식을 안 하는 거라며 나를 유난 떠는 엄마처럼 말하기도 한다.

결과와 원인이 바뀐 것이다.

긴 시간... 나라고 안 해보았을까. 나도 편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일단 맛이라도 본다면 맛이 있다는 걸 알려줄 텐데, 우주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난 그런 우주를 이해한다. 그게 ASD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감각 예민에 더해진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

하지만 이런 것들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러게 내가 좀 유난이지' 하고 넘긴다. 그럼에도 유나 엄마를 오래 겪으며 느낀 건 우주가 자폐가 아니길 바라 듯하다.

악의는 없다. 우주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에 걸어보길 바라는 마음에 나를 독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 어렵다.

우주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기도 어렵고, 배고픈 우주가 다른 이들이 먹는 동안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서 안 먹을 것도 알고, 출발 전에는 배가 안 고파 미리 안 먹을 것도 알기에, 간식을 조금 먹이기도 한다. 그럼 결국엔 내가 간식을 먹여서 우주가 밥을 안 먹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폐아들의 편식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일반 아이들의 편식과는 다르다. 이 부분은 꼭 알아줬으면 한다.

편식 때문에 '정말 가까운 이들' 조차도 엄마가.. 네가... 이런 탓을 할 때면 그동안 나의 고충을 비디오로 요약해서 보여주고픈 마음이다.


3.

예전에는 밖에서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나 역시도 "저 부모는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라는 생각 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아이들도 '노력하면' 바뀌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니까, 게다가 자폐아의 부모는 더더욱...

우리도 배워야 한다.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4.

아이를 담당한 교육자가 asd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매번 돌려주는 피드백은 엄마 탓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특수교육을 전공한 이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서로를 위해 옳은 것이다.)

우주는 기관을 다니는 중간에 asd를 알게 되었고, 내가 먼저 옮기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담임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께서 극구 말리며 잡으셨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베테랑이고 다정하셨으며, 우주가 정말 좋아했다.

다만, asd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셨기에 우주가 정발 아이들과 다른 부분을 자꾸 고치려고 하셨다.

그것 때문에 스스로 많이 힘드셨을 것이고, 나도 죄송스러웠다.


고치기보다는 돌아가는 법을 알려주면 되는데..

다수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선생님께 쉽게 제안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믿고 맡기며 선생님이 주시는 피드백을 최대한 수용했다.


아이의 제한된 관심사 때문에 오해받는 건 부지기수다. 숫자를 달달 외우기 때문에..

"아이에게 벌써 학습을 시키려고 하지 마시고, 자조를 위해 노력해 주세요."라는 말을 늘 먼저 하신다.


asd아이들의 신경다양성은 절대 '고칠 수 있는'것이 아니다. 가끔 고친 것처럼, 다 나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지능이 높고 사회적 상황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받쳐주었기에 마스킹을 통해 전형인처럼 가면을 쓴 것이다.



...



정말 소심해 보이지만, 이렇게 글이 아니면 말을 할 기회가 없으니까. 하소연 좀 해보았다.


asd뿐 아니라 모든 가정에는 짧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연들이 쌓이고 쌓였을 것이다.

예로, 어떤 아이를 보며 "쟤는 왜 저렇게 뚱뚱하지? 부모가 저리 두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asd나 adhd의 경우 약의 부작용으로 쉽게 살이 찔 수 있다. 혹은 특정 질병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입 밖으로 말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다른 가족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머릿속으로 단정 짓고 판단 내린 적이 있다. 아니 많다.

나 자신의 편견이나 편향과 싸워야 할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미숙한 기억이다.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내가 간섭할 범위가 아니다. 생각은 자유이다.

다만, 그것을 입밖에 낼 때는, 그리고 그 소리가 다른 이의 귀에 들어갈 때는 조금 더 신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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