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힘들고 아픈 이들을 위하여
싱싱하고 잘 익은 수박들이 먹음직스럽지 않으신가요? 수박이 놓인 바닥은 마치 우리들이 서 있는 땅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위에 제각각의 모양으로 놓여있는 수박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습니다. 단단한 겉모습과는 달리 만지면 금방 부서질 것 같은 연한 수박의 속살 역시 우리들의 내면과닮아 있습니다. 젊은 날의 저 역시 저 수박처럼 약한 속살을 숨기려 단단한 껍질로 겉모습을 포장했습니다. 그래서 변온동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시는 분은 별쌤의 그림처방전 01 편을 보시면 됩니다.^^)
가운데 잘린 수박에 쓰인 'Viva la Vida'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입니다. 이 작품은 프리다 칼로가 마지막으로 그린 정물화입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기 며칠 전에 수박에 유언과도 같은 이 글귀를 썼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인생이여, 만세!
삶이여 영원하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에 행복하다. "
저 수박그림은 그녀의 인생을 표현하는 마지막 자화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입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 18세에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서른 번이 넘는 수술과 오른쪽 다리 절단, 끊임없는 부정과 배신으로 상처를 준 남편 디에고와의 결혼 그리고 세 번의 유산까지 그녀의 삶은 몸과 마음의 상처로 가득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지막 작품 속 싱싱한 수박들은 어쩐지 생명력이 넘칩니다.
수박들의 단면을 통해 자기 인생의 고통스러웠던 면을 승화시켰다는 해석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이 그림을 완성하고 8일 뒤 4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도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Viva La Vida'라는 명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작품, 작가소개>
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 코요아칸에서 태어났습니다. 헝가리계 독일인인 아버지는 사진사였고 어머니는 프리다를 낳은 뒤 우울증을 겪어 유모가 프리다를 보살펴주었습니다. 프리다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었는데 자유를 뜻하는 프리덤이 독일어로는 프리다라고 합니다.
자유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그녀의 삶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린 정물화와 거기에 새긴 그녀의 마지막 말을 보니 왜 그녀의 이름이 프리다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고통을 숨기지 않고 용감하게 드러냈습니다. 프리다라는 이름답게... 어쩌면 아픈데 없이 건강한 우리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