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복잡할 때는 박서보의 단색화 <묘법>
저는 마음이 복잡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 먼저 책상 주변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흩어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분류해서 버리고 마지막으로 먼지를 말끔히 닦아냅니다.
그러고 나면 복잡했던 머릿속도 말끔히 정리되고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에 더 잘 집중하게 됩니다.
남들은 안 그래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쌓여 바쁜데 뭘 그렇게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청소에 쓰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런 저만의 징크스랄까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들을 보면 마치 복잡했던 머릿속이나 마음을 비우기 위해 했던 책상정리나 청소 뒤의 개운함과 정리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박서보의 단색화를 좋아합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땐 박서보의 단색화를 추천합니다!
<작품, 작가소개>
화가 박서보는 한국 현대추상미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한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그는 1956년 반국전 선언의 주역으로, 1957년 국내 최초의 앵포르멜 작가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각인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는 단색화의 기수로 독보적인 화업을 일구어 왔을 뿐 아니라 교육자이자 행정가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자기 사람 챙기기와 시대의식이 결여라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직을 그만두고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이즈음 그는 한지를 사용한 단색화를 선보였는데, 물감을 바른 캔버스 위에 연필로 반복해 선을 긋고, 다시 그 위에 물감을 발라 선을 지우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면 안개처럼 과거 행위의 잔상이 올라오면서 미묘한 느낌을 줍니다. 그것이 박서보의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묘법(描法)의 기본 개념입니다.
행위의 반복성과 무목적성,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각과 욕심을 비우는 것. 그는 이것을 수신(修身) 혹은 치유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동양적 사상을 온전히 담아낸 그의 작품을 탐내는 해외 유명 갤러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가소개자료 출처: 매거진한경, 박서보 돌아보기 글 | 이기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