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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쌤 Jun 13. 2024

별쌤의 명화 처방전 09

현실의 무게를 벗어나고 싶은 이에게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1931년)

이 유명한 그림은 다들 한 번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바로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입니다. 추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도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기억의 지속>은 달리가 꿈에서 햇볕에 녹는 까망베르 치즈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렸다고 합니다.


작품의 위쪽 아득히 멀리 보이는 바다와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보입니다. 그 아래 마치 사막 같은 곳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네 개의 시계가 어쩐 일인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왼쪽 갈색의 상자에서 자라난 듯한 나뭇가지에는  시계 하나가 마치 빨래처럼 널려있고, 그 아래 두 번째 시계가 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신 분들은 이 시계 위에 있는 파리 한 마리도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시계와는 달리 비교적 단단한 작은 시계가 놓여있고 그 속에는 여러 마리의 개미가 들어 있습니다. 달라에게 개미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그로 인해 작품 속 개미는 불안과 공포를 상징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가운데 커다란 눈을 감고 있는 말인지 사람인지 모를 그 위에 네 번째 시계가 놓여있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 무의식 속의 달리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괴짜 천재화가 달리는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배치함으로써 외면과 다른 내면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하였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난 초현실의 세계를 말입니다.


녹아내리는 시계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꿈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일까요?


꿈속의 순간에 멈춰버림으로써 영원히 지속되는 기억, 그래서 제목을 <기억의 지속>이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현실에서는 잊혀진 기억들도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는 지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의 <기억의 지속>을 보면 제가 살면서 겪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 반대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이 오버랩됩니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와의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기억....


그리고 다시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후회되는 순간과 슬픔의 기억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대부분의 기억들은 잊히지만 평생 잊히지 않고 살아남아서 자신을 괴롭히는 기억도 있습니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흘러내리는 시계처럼 한순간의 기억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잊어버릴 수는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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