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9년 인생에 가장 밑바닥을 쳤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치고 앞이 깜깜해 남편 탓이나 내 탓을 할 힘도 여력도 없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디에선가 툭! 내려온 동아줄 하나를 잡고 선택의 여지없이 온 곳이 바로 이곳 고흥이다.
2020년 1월 그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고흥이라는 곳으로 갑작스러운 이사를 하게 되었다.
마음의 각오나 앞으로의 계획이나 어떤 곳에서 살게 될지 전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내려왔다.
아듀~~ 나의 첫 아파트
내려오자마자 생계를 위해 바로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대형마트는커녕 외식할 식당도 몇 개 없는 시골동네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막막했다. 이전에 집에서 했던 미술홈스쿨도 주변에 아이들이 별로 없을뿐더러 집들도 도시 아파트처럼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뚝뚝 떨어져 있기에 도저히 가능하지 않았다. 특히 친정부모님과 한집에 살기에 집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두 달 알아보던 중 당시 코로나19로 면사무소에서 보조금 배부 업무가 생겼는데, 많은 민원 업무로 인해 보조인력을 모집 중이었다. 도시처럼 공공기관은 아무래도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생각보다 빠른 구직에 기분이 들뜨기도 하고, 실수 없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성실함 빼면 시체?인 나니까... 비록 아르바이트라고 하더라도 다시 20대로 돌아간 기분으로 씩씩하게 출근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근무했다.
오랜만에 직장 생활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고 시골 물정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단시간에 알게 되고,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같은 면사무소에서 공공근로로 근무하게 되었고, 또 읍에 있는 군립도서관에서, 지금은 이전 도서관 경력이 살짝 도움이 되어 교육청소속 도서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저시급의 일자리들이긴 하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2023년 올해 고흥살이 시골살이 3년 차가 되었다.
고흥에서의 직장들 덕분에 낯설기만 할 것 같았던 새 터전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잘 적응되었고, 익숙해져 가고 있어 참 다행이다.
사실 고흥에 살면서 겪게 된많은 일들을 일찍부터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의 직장들, 귀촌의 장단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 잡초에게 호되게 혼난 농사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고흥의 바다와 가볼 만한 곳 등 많은 이야깃거리가 머릿속에 두서없이 둥둥 떠다닌다.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나의 현제 직장생활을 위주로 과거든 현제든 꺼내어 기록하고자 첫 글을 열어본다.
몸으로 하는 일은 성실하게 하는데 글쓰기는 성실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역시 무식하면 몸이 고생이라더니...(?)
성실과 무식으로 무장한 내가 꾸준히 잘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자신이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반정도 왔다 생각하고 이어가 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