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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혁 May 15. 2016

[절찬 상영중] 곡성(2015) *스포일러 주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21세기와 다가올 미래가 최첨단 과학의 시대라는 상식도 '믿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지 모른다. 미신과 종교의 생명력은 인류의 역사만큼 질기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세밑 무렵 사주 풀이에 몰두한다. 과학과 논리로 이해하기 힘든 실화들을 흥미롭게 재구성한 MBC <서프라이즈>는 2002년 방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인기를 누린다. 원한도, 죄도 없는 사람이 희생당하는 '묻지 마 살인'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다. 도처에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세상사를 해석할 때 이성(理性)의 자리는 언제나 위태롭다. 
반면, 근거 없는 믿음은 쉽게 득세한다.
우연은 곧잘 필연으로 둔갑한다. 
영화 <곡성>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에 관한 이야기다. 

원인 불명의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해 시골 마을을 들쑤신다. 경찰은 마을 사람들의 집단 이상 행동이 야생 버섯 중독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결론은 불확실한 것일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계속되는가? 정체불명의 외지인(쿠니무라 준)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안개처럼 마을을 뒤덮는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 추정되는 무언가가 계속 던져지지만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의 연쇄 속에서 종구(곽도원)와 주변 인물들은 점점 더 미쳐간다. 

결국 인물들은 정신을 다잡기 위해 
미신과 믿음에 의지해 보기도 한다. 
그래야만 논리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복선과 맥거핀*1)이 교차하며 플롯 위를 뛰노는 사이 
영화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나홍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추격자>처럼 영화 <곡성>은 156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주의를 붙드는 힘이 대단하다. 최종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맥이 탁 풀리며 허무해지거나 혹은 반전의 쾌감을 느끼거나.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장면 하나하나를 복기하다 보니 결말부를 제외하면 이야기의 그물은 튼튼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는 탄탄했다.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을 연기한 아역 배우 김환희가 특히 인상 깊었다. 듣던 대로 배우든 감독이든 정말 지독하게 밀어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는 밤이다.
영화 <곡성>에서 본 강렬한 이미지들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 것만 같다.    


* 1) 맥거핀 :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꾸며 독자나 관객의 주의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하는 속임수.


* 영화 <곡성(2015)> 예고편

https://youtu.be/Ej25zrnaT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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