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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혁 Jul 03. 2016

[절찬 상영중] 정글북

정글형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의 구도(求道)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지력을 지닌 덕분에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도구적 인간, 즉 호모 파베르는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잣대 중 하나로 통용된다. 영화 <정글북>에서도 인간인 모글리(닐 세티)는 척척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동물들은 모글리처럼 하지 못한다. <정글북>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 동물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빨간 꽃(불)'이다. 인간이 휘두른 불에 부상당한 사나운 호랑이 '쉬어칸(이드리스 엘바)'은 모글리가 불을 다루는 인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글리는 살기 위해 쉬어칸으로부터 도망친다.

이처럼 영화 <정글북> 플롯의 중추는 호모 파베르에서 뻗어 나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호모 파베르처럼 부정하기 힘든 명제다. 그런데 인간 외에도 나름의 규칙에 따라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있다. 인간과 동물의 특성들 사이에 교집합이 생긴다. 인간이 정글에서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상상이 가능한 이유다. 영화 <정글북>에서 모글리는 늑대 무리의 일원으로 성장하여 정글을 누빈다. 

인간의 이성과 논리가 도구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라면, 인간 모글리가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이유는 감정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서로 쓰다듬고, 비비고, 함께 호흡하는 동안 모글리와 동물들은 하나가 된다.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모습을 드러내느냐, 정글의 일원으로 남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모글리는 가장 인간다운 성질 중 하나를 내던진다. 

인간 사회에서 태어났지만 정글에서 자란 소년의 구도(求道)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CG로 표현하기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3대 끝판왕이 있다. 바로 물, 불, 털이다. 영화 <정글북>은 이 세 가지 를 능란하게 재현해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실제 살아 있는 동물들이 말하는 법을 배운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머잖아 보는 이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 정도로 진짜 사람과 똑같은 CG 배우가 등장해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할지도 모르겠다. 영화계에서도 인간이 인간의 창조물들과 경쟁해야 하는 아이러니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 영화 <정글북> 예고편

https://youtu.be/2SRjVqkPrn0


"The Bare Necessities" - Bill Murray & Kermit Ruffins 

https://youtu.be/Gu8mFbBv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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