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tizer#67 시간 여행자의 아내
시간 여행자들의 아내 ‘레이첼 맥아담스’
시간 여행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
<시월애>, <동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어바웃 타임> 등등 시간을 뛰어넘어 만나는 이야기들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예 ‘타임 슬립이라는 장르가 생겼고, 한때 국내 드라마의 트랜드가 되기도 했었다. 시간 여행은 만날 수 없는 시대의 인물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는 점에서 아련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늘 동반한다. 전혀 다른 시간대에서 오는 갈등과 해프닝, 그리고 예정된 이별.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그 중심에 한 커플을 둔다. 시간을 초월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레이첼 맥아담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의 아내 역으로 많이 등장했었고, 그 중에서도 유독 시간 여행을 오가는 남편들이 많았다는 것. <시간 여행자의 아내> 외에도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가 있었다. 그녀가 시간 여행자들을 택하는 것인지, 반대로 시간 여행자가 그녀를 택하는 것인지 정의할 수 없다. 어떤 이유든 레이철 맥아담스에겐 타임슬립이란 판타지를 끌어드리는 매력이 있나 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그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남자 헨리(에릭 바나)를 한평생 사랑한다. 헨리 입장에서 말하자면, 시공을 초월하는 자신을 현재에 붙잡아둘 수 있는 여자가 클레어(레이첼 맥아담스)다. 그녀는 영화에서 현재라는 시간의 축이 되어 중심을 잡는다. 혼란스러운 시간만 잡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의 시선까지 뺏어버린다. 관객이 시간 여행자가 되어 2009년의 레이첼 맥아담스를 볼 수 있다는 게, 재개봉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주는 선물이지 않을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클레어이 시점에선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헨리의 시점에서는 비선형적이다. 과거-현재-미래를 여행하며 헨리는 다양한 시간대의 클레어를 만난다. 어떤 시간대이든 한 여자, 한 남자가 서로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진정 ‘시간을 초월해 변치 않는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낭만적이다.
헨리의 경쟁자가 늙은, 혹은 젊은 자신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이를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사람과 사랑은 늘 변한다는 걸 뜻한다. 시간에 따라 인간은 변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도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많은 헨리가 선택한 사랑의 종착지가 클레어였다는 게 중요하다. 이는 모습과 방법이 변한다 해도, 사랑이라는 것이 향하는 곳이 변하지 않으면, 시간을 초월해 사랑할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 영화의 독특한 시간 개념은 클레어나 헨리의 시선이 아닌, 영화를 목격한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가장 흥미롭다. 앞서 선형/비선형의 시간 축을 넘어 영화의 큰 그림을 보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을 보여준다. 한 커플을 중심으로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과 그 사이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랑. 시간 여행을 하는 헨리든, 그를 기다리는 클레어든 그들은 항상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그렇게 이 영화는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언제나 ‘사랑’하라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모든 관객의 봄날을 응원하며 재개봉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