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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y 17. 2017

트럼프 시대의 인종주의 스릴러

Appetizer#85 겟 아웃


‘쇼 미 더 머니’에서 볼 법한 ‘소파에 앉아있는 흑인’이 그려진 포스터. 하지만, 포스터 속의 크리스(다니엘 칼루야)에겐 래퍼의 스웩은 찾아볼 수 없고, 겁에 질린 표정만 볼 수 있다. 그리고 블랙 앤 화이트로 대비된 배경은 이 영화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강렬히 말하고 있다. 규정할 수 없다는 <겟 아웃>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선 꽤 각오해야 한다. 이야기가 주는 충격도 크지만, 이를 보여주는 카메라 역시 관객과 스릴을 두고 숨 막히는 게임을 한다.


의문의 마을에서 펼쳐지는 <겟 아웃>은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이 스릴러의 전개와 닮았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크리스를 조여오는 카메라는 호러 영화의 문법을 보인다. 여기에 사건이 진실이 모두 밝혀지는 후반부는 또 다른 장르들을 소환해 관객을 놀라게 한다. 이처럼 <겟 아웃>은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가져오는 동시에 정치‧사회성이 짙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규정하기 어려운 영화가 된다.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건 ‘흑인’을 바라보는 보수‧차별적 시선이다. <겟 아웃>은 흑인을 드러내기 위해 대중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앞의 예로든 포스터 속의 크리스 등) 및 텍스트를 곳곳에 배치해둬, 인종차별의 연대기를 전시한다. 이 시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모여 흥미롭고 의미 있는 영화가 탄생했다.


<겟 아웃>엔 신선한 상상력이 섬뜩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이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에서 출발하는 상상력이기에 설득력이 있고, 또 언젠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관람 후에 영화 속 백인의 욕망을 따라가면, 인류의 보편적인 바람이 투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걸 이루는 방법이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겟 아웃>이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다른 영화와 차별점을 가지는 건, 공동체가 흑인을 인정하되, 그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구분 짓는 데 있다. 이 새로운 구분 짓기가 신선한 힘을 주고,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색다른 상상력이 섬뜩한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극장에서 확인하고, 크리스의 공포를 공유해보길 권한다. 특히, 트럼프에게 권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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