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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ul 01. 2017

[박열] 세 가지 관람 포인트

영읽남의 별책부록 - 박열

안녕하세요. 영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이번 시간에 미리 읽어볼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박열>입니다. <사도>와 <동주>에 이어 연속된 역사 영화이고, <동주>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죠. 이준익 감독의 관심이 여전히 일제강점기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이기에 역시나 좋은 영화였지만, <동주>에 비해서는 아쉬운 점을 여럿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기대하고, 곧 관람하실 분들을 위해 세 가지 관람 포인트를 준비했습니다.


미지의 인물 박열

우선, 이번 영화의 주인공 박열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박열은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로 1919년에 일본으로 넘어가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흑도회라는 비밀 결사를 조직했다고 하네요.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는데, 흑도회 외에도 많은 조직 활동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보다 흥미로운 건, 그가 아나키스트, 즉 무정부주의자였다는 겁니다. 박열은 일본 민중과 일본 정부를 구분했고, 일본인 애인을 뒀다는 점에서 독특한 유형의 운동가였습니다. 조선과 일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인물이었죠.


그리고 박열은 일본의 법체계 내에서 그 법을 바탕으로 싸우는 저항의 방식을 보였습니다. 여태 본적 없던 인물의 모습에서 일제강점기임에도 후련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라는 문구처럼 거칠고, 호탕하며,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일 박열의 매력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준익의 정공법

이준익 감독의 최근 역사극인 <사도>와 <동주>는 이야기만큼이나 그 형식의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입니다. <사도>는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힌 7일을 보여주면서, 하루마다 과거로 돌아가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줬죠. <동주>는 형무소에서 취조받는 윤동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취조 시에 등장한 정보를 중심으로 과거로 돌아갑니다. <동주>를 만들 때. 이준익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언급하며, ‘플래시 백’의 흥미로운 점을 말했었습니다. 두 편을 통해 이준익 감독이 역사를 자유롭게 조립하고, 해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대중에게 이미 알려진 역사조차도 새롭게 보여줬기에 두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더 많이 흔들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박열>에서는 그런 형식과 스타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심심한 느낌을 주죠. 이준익 감독은 박열이란 파격적인 인물을 별다른 기교 없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박열이란 인물을 향한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 보이네요.



최희서의 후미코

이번 영화에 박열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 ‘후미코’는 최희서가 연기했습니다. 주위에서 올해의 유력한 신인상 후보라는데, 그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죠. 최희서는 일본인 후미코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발음은 정말 일본인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어렵게 발음하는 한국어 억양도 무척 놀라웠죠. 그리고 무정부주의자이면서 박열의 연인이라는 복합적인 모습을 잘 살려냈습니다. 엉뚱해 보이면서도 강단 있는 후미코는 박열의 거침없는 영혼과 어울려 놀라운 케미스트리를 보이죠.


최희서는 <동주>에서 후카다 쿠미 역을 맡아, 그때부터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주>를 촬영할 땐,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를 모니터링 해줬다고 하네요. 그리고 <동주>의 후시녹음 자리에서 가네코 후미코에 관해 듣게 되고, 이렇게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열>은 <사도>, <동주>에 비해 무난한 형식의, 조금 과하게 말하면 심심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사료에 기반해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했죠. 이는 대중에게 처음 소개되는 박열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무정부주의자이자 괴짜다운 면이 있었던 박열을 보면서, 암울한 시대에 맞서고 견디는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준익 감독의 묵직한 연출에 또 한번 놀라며, 이번 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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