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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Nov 10. 2017

<겟 아웃>을 기대했다면, 당장 Get out!

Appetizer#105 해피데스 데이

“규정할 수 없는 영화” 이는 올해를 돌아볼 때, 꼭 언급될 영화 중 하나인 <겟 아웃>에 관한 평이었고, 관람 후 공감했던 말이기도 했다. <겟 아웃>은 신선한 영화였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스릴과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던 영화였다. 이런 장르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영화의 내용도 인종차별,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며 충격을 줬다.


<해피 데스데이>는 <겟 아웃> 제작진이 만든 영화다. 그래서 근래 자주 등장한 타임 루프(특정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영화)임에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했다. 사실, ‘~제작진이 만든 영화’라는 멘트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아직, 이런 홍보 문구를 가지고서 그들이 언급한 전작보다 뛰어났던 영화가 거의 없었다. 과연 <해피 데스데이>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해피 데스데이>는 두 장르(호러와 코미디)를 섞은 영화다. 트리(제시카 로테)가 자신을 죽인 범인을 추리하고 찾는다는 점에서 추리물의 성격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건 호러와 코미디의 조합이다. 두 장르는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정은 다르지만, 작동원리는 유사하다. 호러와 코미디는 타이밍을 중요시 한다. 두 장르는 관객이 예상치 못한 순간,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정교한 타이밍에 보여준다. 일종의 반전으로 비명과 웃음을 터져 나오게 한다.


유사한 작동원리를 가졌기에, 두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피 데스데이>가 보여준 장르의 결합은 애매한 감정만을 남긴다. 이 영화에서 관객은 어떤 놀랄만한 순간(호러와 코미디)을 만나기는 한다. 하지만 관객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순간을 만난다는 게 문제다. <해피 데스데이>는 뭔가 튀어나오는데 그게 공포인지 웃음인지 헷갈리고, 그전에 관객이 무엇을 기대했는지 아리송하게 한다.



<해피 데스데이>는 웃기고 놀라게 하는 과정을 교차하며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의 톤 앤 매너 자체가 혼란스럽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방황한다. 영화는 호러와 코미디, 두 장르의 팬들을 모두 확보하길 바랐겠지만, 두 장르의 팬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역효과를 낸다. 명백히 실패한 조합을 보였다. 애초에 질문을 바꿔서 던져봐야 한다. ‘해피와 데스가 공존할 수 있는 일인가’


영화의 톤 앤 매너의 문제를 떠나 이야기의 완성도도 높지 않다. 죽음이라는 충격적 상황을 수없이 반복했음에도 트리가 찾은 범인의 정체는 큰 놀라움을 주지 못한다. 나름 준비해둔 반전도 영화가 깔아둔 작위적 단서를 잊지 않는다면 관객이 속아 넘어갈 리 없다. 안일한 엔딩으로 가는 과정도 무척 작위적이다. 제시카 로테의 털털함만이 이 영화의 매력으로 남는데, 이 매력마저도 수없이 많은 타임 루프 안에서 희석된다. 올해 개봉한 김명민, 변요한의 <하루>보다는 볼거리와 흥미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겟 아웃>을 기대했다면, 당장 영화관에서 나가(get out)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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