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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Nov 16. 2017

얼마 만에 DC에서 성공한 거야, 잭 스나이더!

Appetizer#106 저스티스 리그


DC 영화 실패의 역사는 골이 깊다.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가 명작으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흑역사가 훨씬 더 많다. ‘초록색 쫄쫄이’ <그린 랜턴>을 시작으로 그 유명한 ‘너의 엄마는?’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제목처럼 영화 자체가 자폭한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망작의 역사를 썼다.


이런 DC 영화의 희망이 된 영웅은 패티 젠킨스 감독이 연출한 <원더우먼>의 다이애나(갤 가돗)였다. 이 영화는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기억하기로 이런 평가는 전설이 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이후 DC엔 없던 일이다. 그런 원더우먼이 등장하기에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충격을 잊게 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초록색보다는 빨간색 쫄쫄이가 더 좋을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전부터 해외의 언론 및 국내에서 시사회로 먼저 관람한 이들 중 다수가 <저스티스 리그>에 호평을 보냈다. ‘DC 영화치고는 재미있다’ 등의 애매한 평가가 있기는 했지만, DC가 자신들을 붙잡고 있는 전작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DC와 잭 스나이더는 어떤 변화를 보였던 걸까.


몇 가지 눈에 띄는 걸 집어보자면, 잭 스나이더 감독이 드디어 DC 영화에 유머를 입혔다.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관객의 숨통을 조였던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달리, <저스티스 리그>는 관객이 웃을 틈을 열어뒀다. 그리고 영화가 때려 부수는 전투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드디어 영화 속 캐릭터들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며, 그들이 내적 갈등도 살짝이나마 보인다. 덕분에 이야기의 전개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변화의 선봉엔 원더우먼과 플래시(에즈라 밀러)가 있다. 이 두 캐릭터는 투박했던 잭 스나이더의 영화에 청량감과 유연함을 더한다. 우선, 원더우먼은 <저스티스 리그>의 이야기와 액션 모든 면에 있어 영웅들을 연결하고, 하나의 팀이 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원더우먼>에서 만든 다이애나의 특징을 잘 가져왔는데, 잭 스나이더는 패티 젠킨스 감독에게 아주 아주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덕분에 원더우먼은 <저스티스 리그>에서 가장 다양한 액션을 펼친다.



하지만, 이보다 흥미롭고 신선한 캐릭터는 플래시였다. <저스티스 리그>로 처음 등장한 플래시는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영화에 윤기가 흐르게 한다. 플래시가 만드는 유머는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녹아내리게 하고, 관객을 웃게 한다. 그리고 그는 액션마저도 발랄하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와 뚜렷한 개성을 보이며, <저스티스 리그>의 액션에 리듬을 만든다.


이렇게 <저스티스 리그>는 어려운 산 하나를 넘었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했다. 오랜만에 성공한 DC의 영화다. 하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도 보인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마블의 ‘어벤져스’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우선, 영웅들의 조합에 있어 균형이 잘 맞지 않는다. 특히, 배트맨과 아쿠아 맨, 그리고 사이보그는 그들의 장기를 살린 액션을 보여 줬다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탓에 영웅들의 조합에서 시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어벤져스>의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영웅들이 하나가 되어 보여준 물 흐르는 듯한 액션 시퀀스에 비하면,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은 따로 노는 편이다. 특히, 슈퍼맨은 유아독존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슈퍼맨은 압도적인 힘을 보이는데, 그만큼 단독적으로 행동한다. 슈퍼맨은 잭 스나이더 특유의 액션, ‘천지가 흔들리는’ 화끈한 액션의 최적임자이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허무할 정도로 강했다.


상당히 많은 길을 돌아와서야 DC는 마블 근처에 왔다. ‘DC 영화치고는 잘 만들었다’는 <저스티스 리그>가 ‘마블보다 잘 만든’이라는 수식어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DC와 마블의 2차전이 비로소 시작된듯하다. 팬들은 두 코믹스 영웅들의 대결을 보며, 즐길 일만 남은 게 아닐까. “팝콘이나 가져와라,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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