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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09. 2018

[조선명탐정 3] '세 번째'라는 업적과 우려먹기

Appetizer#115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세 번째 시리즈가 나온 한국 영화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세 시리즈 동안 같은 배우와 감독이 함께하는 일은 한국 영화 역사에서도 드문 일이다. 그 유명한 애마부인 시리즈도 아마 해내지 못한 일일 것이다.

  

첫 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478만, 두 번째 편 <사라진 놉의 딸>이 387만을 기록한 조선명탐정은 시리즈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명품 연기력으로 TV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김명민은 의외로 영화에서는 <연가시>를 제외하면 큰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편인데, 그에게 흥행을 맛보게 해준 게 ‘조선명탐정’이다. 한국 영화사, 그리고 김명민에게 있어서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시리즈다.



<흡혈괴마의 비밀>의 장점은 이 시리즈가 쌓아온 내공에 있다. 김명민과 오달수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유쾌한 합을 만들어 낸다. 다소 억지스러울 법한 상황을 두 캐릭터는 유려한 연기로 풀어냈다.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여태 쌓아온 캐릭터의 설정이 불분명했다면, 영화의 몰입도와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이 시리즈 최고의 장점이라는 것을 보게 될 편이다. 그들 덕에 ‘조선 코믹탐정물’이라는 장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편의 색다른 점은 ‘흡혈귀’라는 소재와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조선 시대와 흡혈귀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전편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흡혈괴마의 비밀>에 합류한 김지원, 김범, 이민기 등의 얼굴도 반갑다. 김민과 서필이 코믹한 상황을 만든다면, 이들은 드라마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리즈에서 이례적으로 여성 주인공 월령(김지원)의 역할이 큰데, 그녀와 기존 캐릭터가 만드는 케미스트리도 좋은 편이다.



<흡혈괴마의 비밀>은 ‘조선명탐정’의 시리즈인 만큼 최소한의 재미를 보장한다. 기존 시리즈의 팬이라면, 기대하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쉬운 게 없지는 않다. 아니, 이번 편은 아쉬운 점을 상당히 많이 드러냈다. 이 영화는 앞서, 시리즈의 장점이라고 말한 김민과 서필의 코믹한 상황극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다. 때로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지향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다. <염력>의 사례를 봤을 때, 한국 관객의 시선도 엄격해졌다는 걸 볼 수 있었기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기존 주인공들은 코미디를 담당하고, 새로 합류한 캐릭터들이 드라마를 담당하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들쭉날쭉하다는 것도 몰입을 방해한다. 이야기의 포커스가 새로운 인물들의 과거에 맞춰져 있어, 많은 웃음 포인트가 있음에도 조선명탐정 시리즈 특유의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전 편만 못하다. 흡혈귀라는 설정도 초반에 살짝 드러나는 것 외엔, 신선한 그 무언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뜻밖에도 이번 영화 최대의 볼거리는 ‘액션 씬’에 있다. 오달수가 보여주는 장도리 씬 등 액션에서 예상치 못한 쾌감과 재미를 준다. 그 점을 제외하면,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 후속편이었다. 시리즈 우려먹기라는 느낌도 강한데, 다음 후속편에서는 좀 더 밀도 높은 이야기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완성도를 높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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