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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02. 2018

[염력] 정말, <리얼>급 망작일까?

Appetizer#114 염력


먼저 관람한 이들의 호평을 듣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가 <부산행>에서 보여준 장르적 재미, 그리고 그 속에 품었던 사회를 향한 칼날은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연상호 감독의 <염력>은 무려 <리얼>이라는 역작이 언급될 정도로 온라인 반응이 심상치 않다. 무엇이 관객을 뿔나게 했을까. 문화의 날을 맞아 매진된 객석에서 관람한 <염력>은 전문가들의 비평과 관객의 반응 간의 간격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컷’마다 전문가가 의미를 찾는다면, 관객은 뭔가를 느낀다. 그 차이를 확인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서 많은 대중이 공감할 요소와 재미를 추구했다. 이런 대중 친화적인 화법은 천만 관객으로 이어졌고, 그는 상업 영화의 새로운 기대주가 되었다. 간략히 <부산행>에 관해 말하자면, 좀비라는 흥미로운 소재,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신파, 거기에 날카로운 사회풍자까지 있던 작품이었다. 이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상업 영화로서는 가질 수 있는 재미와 품격을 모두 갖췄다고 할만하다. (연상호가 <부산행>에서 얼마나 대중을 생각했는지 알고 싶다면, 곧바로 개봉했던 <서울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염력>엔 영화감독 연상호에게 기대했던 것들이 거의 다 들어있다. 그는 이번에 좀비 대신 ‘염력’이라는 소재를 통해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추구했다.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도 있다. 소시민 영웅 캐릭터 석헌(류승룡)은 표정만으로도 관객을 웃게 한다. 그의 반대편에 있는 민 사장(김민재)과 홍 상무(정유미)도 매력적인 악당이다. 여기에 한국 대중이 사랑하는 신파적 요소(부성애)가 적당히 들어가 감동까지 주는 영화다. 끝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연상호의 냉철한 시선도 여전하다. <염력>의 많은 요소는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이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겨냥한다. 이렇게 영화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으려 했다.


그러나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는 관객의 반응 덕에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매진된 객석에서 몇 번의 탄식과 실소가 터졌다. 이는 수 많은 관객이 숨길 수 없는 진심이었다. 크게 두 번 정도가 기억에 남는데, 각성한 석헌이 자동차 사이를 달릴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가 공중에 붕 떠 있을 때였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을 무안하게 하는 ‘어색한 장면’이다.



<염력>의 CG는 현장에서 확인하며 촬영했다는, ‘최첨단 기술’이라기엔 조악하고 조잡했다. 혹은 기술력은 좋았으나 영화와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문제는 영화의 톤 앤 매너를 깨고, 관객의 관람을 방해한다는 데 있다. 즉, 이 지점에서 터진 관객의 탄식은 영화의 몰입이 깨졌다는 걸 의미한다. 영화가 착실히 쌓아 올린 모든 걸 무너뜨릴 만큼 <염력>의 CG는 기이하다. 이런 이미지가 기술적 결함인지, 혹시나 감독의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뭐가 됐든 영화의 분위기를 깬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함께-죄와 벌>은 관람 직후 관객의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었다. 하지만, CG만큼은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국내 기술력의 진보를 보였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판타지 장르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에 개봉한 <염력>은 ‘한국형 CG의 한계’라는 말을 다시 꺼내게 한다. 이미 높은 수준의 CG를 체험한 1400만 명의 관객이 <염력>의 CG에 만족하기 힘들만도 하다. 새삼 김용화 감독과 덱스터가 스튜디오가 VFX의 구현에 있어 독보적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순수 제작비만 200억 원이 넘었던 <미스터 고>라는 비싼 수업료를 낸 덕분일까)



아무리 그래도 <염력>이 <리얼>과 비교될만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리얼>과 비교하면 <염력>이 훨씬 재미있고 안정적이며, 메시지도 강렬했다. 이번엔 연상호 월드를 담을 ‘그릇’이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다. <염력>이 진한 아쉬움을 줬지만, 여전히 연상호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다음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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