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01. 2018

[로건 럭키] 오합지졸들의 느슨한 케이퍼 무비

Appetizer#118 로건 럭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도둑들>, <마스터>, <꾼> 등의 공통점은 ‘케이퍼 무비’라는 데 있다. 케이퍼 무비란 범죄를 계획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팀을 꾸린 뒤,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스릴과 재미를 추구하는 장르다. 국내에서는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등을 통해 가장 잘 연출해온 영역이다.

    

이 장르의 교과서 같은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으로 많은 캐릭터가 저마다의 장기를 살려, 치밀한 범죄를 보여준 영화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보는 재미가 있었고, 그들 간의 갈등은 영화를 더 풍성하게 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인데, 그가 새로운 케이퍼 무비, <로건 럭키>로 관객을 찾아왔다. 범죄의 미학을 추구하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새로운 이야기는 어떤 차별점을 보일 수 있을까.



오합지졸, 모자란 능력자들

<로건 럭키>가 최근의 케이퍼 무비와 확연히 다른 건 캐릭터의 구성이다. 보편적으로 이 장르에서 범죄를 함께 모의하는 인물은 성격 및 도덕적 결함이 있을지라도, 각 분야에서 최고라 불리는 능력자들이다. 범죄의 설계자, 최고의 해커, 변장의 귀재, 관객마저 속이는 사기꾼, 못 여는 게 없는 자물쇠 달인, 베스트 드라이버 등 음지의 1인자들이 뭉친다. 그 최고의 능력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장애물을 돌파하며 짜릿함을 준다.


이와 비교해 <로건 럭키>엔 ‘최고’라고 부를 만한 캐릭터가 없다. 최고의 얼간이 조뱅 형제(잭 퀘이드, 브라이언 글리슨) 정도가 보일 뿐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은 다리가 불편하고, 그의 동생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는 한쪽 손이 없다. 무시무시한 폭파 전문가 조뱅(다니엘 크레이그)의 폭탄은 엉성하고, 그의 동생들은 아무리 좋게 봐도 모자라다. 이렇게 이들은 나사가 반쯤은 풀린 허술한 팀이고, 이 오합지졸들은 MBC의 무한도전 멤버들보다 범죄 성공의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다.



배우들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연기

이런 허접스러운 모습의 캐릭터들과 달리, 이를 연기한 배우들은 묵직한 인상을 준다.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그 외에도 힐러리 스웽크, 케이티 홈즈까지 배우들의 무게감이 상당한 작품이다. 이들이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느슨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로건 럭키>의 색다른 매력이다.


특히,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패터슨> 등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던 아담 드라이버의 멍청히 있는 연기가 재미있다. 또한, 중후한 신사로서의 매력을 뽐내던 007 다니엘 크레이그의 괴팍한 연기도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데,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 할 만하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들의 어리숙한 모습이 얽혀 코믹한 순간을 자주 만들어 낸다.



투박한 케이퍼 무비

<로건 럭키>는 일반적인 케이퍼 무비와 비교해 긴장감은 분명 떨어진다. 범죄 모의의 디테일한 과정을 줄이고, 주인공 지미 로건의 드라마에 집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웨스트 버지니아의 특성을 담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단순한 범죄를 넘어 인간과 그 지역에 관해 뭔가 말하고자 했다. 이렇게 메시지에 초점을 둔 탓에, 영화의 전개가 늘어지는 면이 있고, 이 장르에 기대한 긴박함과 긴장감이 살지 못했다. 흥미로운 범죄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겐 실망을 줄 여지가 있다.


대개, 케이퍼 무비는 범죄를 계획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다양한 보안장치 등의 장애물을 보여주고, 이를 돌파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팀원들이 그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알려준다. 초 단위로 일어나는 일들을 계산하는 정교함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로건 럭키>는 범죄 과정의 디테일한 설명엔 큰 관심이 없다. 굵직굵직한 요소, ‘폭파 전문가’가 필요하다 등의 굵직굵직한 정보만 언급할 뿐이다.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는 캐릭터 본인들만 알고 있으며, 관객은 범죄를 실행하는 그 과정에서 계획을 알게 된다. 매우 어설프고,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좋게 말하면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주고, 나쁘게 말하면 관객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갑갑하다.


전반적으로 <로건 럭키>는 케이퍼 무비라는 장르로 보자면 투박하고, 스릴과 재미 면에서도 아쉽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범죄 그 자체보다 인간의 드라마에 관심이 있다는 게 보이는 영화였다. 그리고 미국의 상황과 웨스트 버지니아, 그리고 자본 등의 관계를 폭넓게 볼 수 있다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범죄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이라면, <오션스 에이트>까지 기다려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리틀 포레스트]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