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원작보다 뛰어난 스타일과 이미지

영읽남의 벌책부록 - 인랑

한국 영화 최대의 성수기를 맞아 대작들이 개봉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인랑>인데요. 간략한 줄거리를 설명해 드리자면, ‘혼돈의 2029년, 통일을 앞둔 시점에 반정부 무장단체 섹터가 테러를 일으키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 특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전 도중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쏘게 된 주인공 임중경(강동원)의 트라우마와 고민, 갈등을 보여주는 어두운 이야기죠.

<공각기동대> 등 사이버펑크 장르의 대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9년작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꽤 어둡고 건조한 영화인데,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는 걸 즐기는 분들께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엔 <인랑>의 몇 가지 관람 포인트와 작품 해설을 준비했습니다.

<인랑>은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놈놈놈> 등의 감각적인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둡지만, 그 속을 알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과 미장센을 볼 수 있죠. 원작 애니메이션을 충실히 이식하면서, 시대에 맞는 감각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첫 도입부부터 연출력을 느낄 수 있죠. 정두홍 무술 감독이 참여한 액션 씬도 눈을 즐겁게 하는데요. 둔해 보이는 장비를 걸치고, 휴대하기에 벅차 보이는 기관총을 쓰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만들어 냈습니다. 특기대의 한 걸음걸음에 위압감이 느껴지죠.

이 영화는 개인과 조직의 대립을 다룬 영화입니다. 조직의 명령을 가장 잘 완수하는 최고의 엘리트가 조직의 명령에 의문을 가지면서 혼란을 겪는 걸 볼 수 있죠. 조직이 부여한 같은 가면을 쓰고, 총을 쏘던 개체가 가면을 벗고 특별한 개인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혼란을 겪는 임중경을 연기한 건 강동원인데, 많은 영화에서 순수한 소년성을 대표하던 얼굴입니다. 경직되고 차가운 늑대의 얼굴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왜 그렇게 되는지 초점을 맞추고 보면 좋을 영화죠. 말 없는 강동원의 섬세한 연기가 뛰어난데, 그는 가면 속에서도 표정 연기를 했다고 하네요. 그 열정에 김지운 감독이 감동했다고 합니다.

김지운 감독은 <인랑>의 액션 씬에서 벽을 깨고 부수는 컷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 벽이라는 미장센에 많은 의미가 있었다고 하죠. 하수도 씬에서 임중경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곳을 걷습니다. 이는 그와 세상을 막고 있는 장벽을 의미하는데요. 벽을 부수면서 임준경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내용은 원작을 본 분들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과 결말이 다릅니다. 1960년대의 일본을 2029년 한국으로 가져오며 다른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이 변화를 통해 김지운 감독이 우리 시대를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쓴소리와 어떤 바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달라진 점을 선명히 보고픈 분들께는 영화 관람 전, 혹은 후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을 찾아보실 것을 권하고 싶네요. 아니면, 영화 유튜버 백수골방님이 정리해둔 좋은 영상이 있으니, 그걸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