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Oct 02. 2018

[명당] 자신의 자리는 잘 못 본 영화

영화 일기#063 명당

명당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는 팟캐스트 '시네마 바'에서!:-)


<명당>은 땅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말하는 영화다. 땅이 정해주는 운명이 있다는 건데, 의외로 영화는 인간의 욕망과 자유 의지의 꿈틀거림을 담으려 했다. 그리고 개개인의 선택과 그에 다른 결과를 다양하게 보였다. 왕이 될 땅을 쟁취하기 위한 김좌근(백윤식)과 흥선(지성)의 대립과 대결, 그리고 배신과 몰락의 모습 등 땅 앞에서 변해가는 인물의 다양한 상태를 담는 데 성공했다.


이 영화는 땅에 무언가를 심고, 어떤 것이 피어나는지 보라고 한다. 정해진 운명 대신, 개인의 의지와 욕구에 따라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명당>에서 땅은 개인의 인생을 변화시킬 도구이고, 영화는 미래를 말하는 적극적인 영화가 된다.



<명당>은 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한다. 우선, 수려한 조선의 산과 들 그리고 강을 풀샷으로 담으며 자연을 음미하게 한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언급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직부감 샷을 자주 활용함으로써, 화면을 지도처럼 비춘다. 땅을 차지하고자 아등바등하는 인물들의 양상을 지도 위의 땅따먹기처럼 흥미롭게 표현해냈다.


마지막으로, 땅의 자연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흥미롭다. 박재상(조승우)이 시장을 변화시키는 장면에서, 땅과 인간 간의 관계를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파악하는 시선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명당>은 땅을 이해하는 다양한 시선을 담는 데도 성공했다.



확고한 주제와 이를 보여주는 화면이 흥미롭지만 임팩트가 없다는 건 분명 아쉽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 중심에 있는 박재상은 관객을 끌고 가는 인물임에도 가장 수동적이다. <명당>에서 카메라의 주요 포커스는 박재상에게 맞춰져 있지만, 정작 이야기를 굴러가게 하는 건 그 밖에 있는 양반들이다. 좋은 자리에 관해 말하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위치 선정이 좋지 않다는 아이러니만 두드러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물괴] 공포와 선동 정치의 말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