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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16. 2019

[악질경찰] 이선균의 세계에 초대된 이정범의 캐릭터

Appetizer#127 악질경찰

이선균은 이정범 감독의 영화 세계에서 잘 놀 수 있을까? 범죄물의 한 가운데 던져졌던 <아저씨>의 원빈과 <우는 남자>의 장동건은 대사보다는 눈으로 말하고, 액션으로 성격을 드러내는 캐릭터였다. 영화보다 대사량이 월등히 많은 드라마라는 토양에서 빛을 봤고, 액션과도 썩 친해 보이지 않는 이선균이 이정범 감독의 영화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이정범 감독의 영화에는 방치되고 상처받은 피해자들이 있었고, 주인공은 그들을 구해내는 구원자가 되어왔다. 이때, 주인공은 사회의 어둠, 그림자 같은 곳에서 활동하다 피해자를 외면하지 못하고 변해간다. 그렇게 그림자 안에서 밖으로 나오며 행동하던 인물을 이정범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 <악질경찰>의 조필호(이선균)는 이정범의 세계에 등장했던 남성의 계보를 잇는 듯하지만, 어딘가 부실한 돌연변이다. 원빈과 장동건의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조필호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무능력한 경찰이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느끼기도 힘들었다.


대신, 조필호는 그들보다 더 추악하고, 지질하며, 일단 말이 무척 많다. 그 덕에 <악질경찰>의 메시지는 더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이선균의 매력도 많이 담아낼 수 있었다. 그의 짜증 연기, 신경질적이고 지질한 행동엔 유머, 드라마, 풍자 등의 요소가 모두 있다. 그의 장기가 드러나면서 영화엔 볼거리가 풍성해질 수 있었다. <악질경찰>은 이정범의 영화 세계에 이선균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이선균이 만들어 온 캐릭터들의 세계에 이정범 감독이 초대된 인상을 준다.



이렇듯 <악질경찰>은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이 찍힌 영화다. 갈수록 꼬이는 상황 속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을 따라가고, 그들의 초조한 내면을 보게 한다. 이 혼란의 중심에서 신예 전소니는 까칠하고 삐뚤어진 ‘미나’를 연기하며 이선균과 부딪힌다. 그녀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불안정한 소녀의 어두운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이정범 감독은 ‘전소니의 얼굴에서 미나에게 떠올렸던 어둠과 감정적으로 흔들어 놓는듯한 묘한 불안감을 읽었다’고 한다. 그녀를 만난 이후 모든 오디션을 취소했다고 하니, 감독의 믿음과 확신 속에 전소니만의 특별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안타고니스트인 박해준의 활약도 뛰어나다. 그는 악한 놈들의 세계에서 가장 냉정하고 육체적으로도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악질경찰>의 무게를 잡고 있다. 악랄한 이미지로서 영화의 독한 세계를 드러냈다. 이런 주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동기에서 출발해, 서로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성격하는 캐릭터들의 이기적이고 과감한 행동들은 영화를 혼돈으로 끌고 간다. 요동치는 인물의 심리가 영화를 뜨겁게 하며, 이런 과정에서 선과 악은 구별하기 힘들어지고, 모순된 세상과 감독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범죄물에서 업적을 쌓아온 이정범 감독의 역량 덕에, <악질경찰>에도 장르적 색채가 짙게 묻어 있다. 차가운 색감의 빛을 활용해 누아르의 감성을 풍기고, 인물별로 계급 및 상황에 맞게 조성된 미장센은 영화를 더 매혹적인 공간으로 받쳐주고 있다. 강렬한 느낌의 범죄물, 그리고 나쁜 놈들의 지독한 이야기를 보고픈 관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

위 포스팅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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